이 글의 핵심
상속절차는 결국 두 갈래입니다. 물려받을 부동산이 있으면 상속등기의 길, 빚이 걱정이면 3개월 안에 한정승인 · 상속포기의 길.
그 전에 공통으로 할 일은 셋입니다 : 사망신고(1개월) · 재산 파악(재산세 과세증명 + 안심상속) · 고인 재산에 손대지 않기.
기한은 세 개만 기억하면 됩니다 : 사망신고 1개월, 승인 · 포기 3개월, 상속 취득세는 말일 기준 6개월(국내 주소 기준).
들어가며
상속 상담은 사연이 제각각이어도 길은 결국 두 갈래로 갈라집니다. 물려받을 부동산이 있어 명의를 정리해야 하는 집, 그리고 고인의 빚이 얼마인지 몰라 불안한 집. 앞의 집은 등기소로 가고, 뒤의 집은 가정법원으로 갑니다.
이 글은 그 두 길의 전체 순서를 한 장으로 정리한 지도입니다. 갈림길마다 깊은 이야기는 이어지는 연재가 한 편씩 맡습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먼저입니다 — 고인 재산에 손대지 않기
장례를 마치면 가장 먼저 은행부터 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병원비와 장례비를 정산하려고 고인 통장의 돈을 찾는 겁니다. 여기가 첫 함정입니다.
상속인이 상속재산을 처분하면, 법은 그것을 「상속을 전부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간주합니다(민법 제1026조 제1호). 고인의 급여와 퇴직금을 수령한 행위를 상속재산의 처분으로 보아 상속포기 항변을 배척한 대법원 판례도 있습니다(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다3416 판결).
단순승인이 되어버리면 나중에 몰랐던 빚이 나와도 한정승인 · 상속포기의 길이 막힐 수 있습니다. 빚이 없다고 확인되기 전까지, 고인 명의의 돈과 재산은 그대로 두는 것이 원칙입니다.
첫 한 달에 할 일 — 사망신고, 그리고 재산을 두 방향에서 확인
사망신고는 사망 사실을 안 날부터 1개월 이내에 해야 합니다(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84조). 신고인의 주소지 · 현재지나 사망지 등의 시(구) · 읍 · 면 사무소에서 할 수 있습니다. 동 주민센터는 사망자의 주민등록지 관할인 경우에 접수할 수 있습니다.
이때 재산 파악을 같이 시작합니다. 실무에서는 두 방향을 씁니다.
첫째, 부동산은 주민센터에서 피상속인의 재산세(세목별) 과세증명부터 떼는 것이 빠릅니다. 고인이 재산세를 내던 부동산이 어디에 몇 건 있는지 바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둘째, 금융재산과 빚은 안심상속 원스톱 서비스(정부24)로 조회합니다. 예금 · 대출 · 보험 · 카드 · 세금 체납까지 한 번에 통지받습니다. 사망신고를 하면서 같이 신청하는 것이 가장 간단합니다.
부동산은 과세증명, 빚은 안심상속.
이 두 장이 이후 모든 판단의 재료가 됩니다.
부동산이 있는 집 — 협의분할에서 상속등기, 취득세 6개월까지
과세증명에 부동산이 잡혔고 빚 걱정이 없다면, 길은 상속등기입니다. 순서는 세 걸음입니다. ① 상속인 전원이 누가 무엇을 가질지 협의하고 ② 상속재산분할협의서에 전원이 인감도장을 찍고(인감증명서 첨부) ③ 등기소에 상속등기를 신청합니다. 예전에는 부동산 소재지 관할 등기소에만 신청할 수 있었지만, 2025년 1월 31일부터 상속등기는 관할 제한이 풀려 전국 어느 등기소에서나 신청할 수 있습니다(부동산등기법 제7조의3).
상속등기 자체에는 기한이 없습니다. 문제는 세금입니다. 상속 취득세는 상속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신고 · 납부해야 하고(지방세법 제20조 제1항), 넘기면 가산세가 붙습니다. 다만 외국에 주소를 둔 상속인이 있으면 9개월입니다. 「등기는 천천히 해도 된다」는 말만 믿고 세금 기한까지 놓치는 분들이 실무에서 정말 많습니다.
등기에 드는 비용은 상속등기 비용 완벽 정리에서 이미 다뤘습니다.
빚이 걱정인 집 — 3개월 안에 셋 중 하나를 정해야 합니다
안심상속 결과 빚이 있거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이 남는 집의 길입니다. 안심상속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3개월 시계는 이미 돌고 있습니다.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한정승인 또는 상속포기를 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19조 제1항). 단순승인은 따로 선택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이 3개월 안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것이 곧 단순승인이 되고(민법 제1026조 제2호), 빚까지 전부 상속된다는 뜻입니다.
기본 구도는 이렇습니다. 재산과 빚 중 무엇이 많은지 애매하면 한정승인, 아예 관여하지 않으려면 상속포기. 무엇이 유리한지는 상속한정승인과 상속포기, 뭐가 다를까가 맡고 있습니다. 3개월이 지난 뒤 빚이 나타난 경우, 상속채무 초과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몰랐다면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특별한정승인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도 있고 빚도 있는 집 — 순서가 전부입니다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경우입니다. 부동산이 있다고 서둘러 협의분할을 거쳐 상속등기까지 마치면, 단순승인한 것으로 의제됩니다(민법 제1026조 제1호). 법이 「빚까지 전부 받아들였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3개월 기한이 아직 남아 있어도 한정승인 · 상속포기를 할 수 없습니다. 승인과 포기는 기간 안이라도 물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민법 제1024조 제1항). 이때 남는 길은 몰랐던 빚에 대한 특별한정승인 하나뿐입니다.
그래서 이런 집은 순서가 반대입니다. 빚 조회가 끝나 승인 · 포기의 방향이 정해진 다음에 등기를 움직입니다.
헷갈리면 이 한 줄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빚 판단이 끝나기 전에는 도장을 찍지 않는다. 도장을 찍기 전에 확인할 것들은 한정승인 주의사항 7가지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정리 — 상속절차 지도 한 장
기한은 셋입니다. 사망신고 1개월, 승인 · 포기 3개월, 취득세는 말일 기준 6개월(국내 주소 기준). 갈림길은 둘입니다. 부동산이 있으면 등기소의 길, 빚이 걱정이면 가정법원의 길. 이 연재는 이 지도의 갈림길을 한 편씩 파고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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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상속등기에도 기한이 있나요?
등기 자체에는 기한도 과태료도 없습니다. 다만 취득세 신고가 상속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국내 주소 기준) 이내라, 실무에서는 이 세금 기한이 사실상의 등기 기한처럼 움직입니다.
Q. 고인 통장의 돈으로 장례비를 쓰면 단순승인이 되나요?
합리적인 범위의 장례비용이라면 되지 않습니다. 장례비용은 상속에 관한 비용이어서 원래 상속재산에서 지급할 수 있는 돈이고(민법 제998조의2), 법원도 합리적 범위 내의 장례비 지출은 상속재산의 처분이나 부정소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울산지방법원 2018. 3. 29. 선고 2017가단16791 판결 · 확정). 다만 「합리적인 범위」가 조건입니다. 장례와 무관한 지출이 섞이는 순간 처분행위가 문제되므로, 장례비는 영수증으로 전부 증빙해 두어야 합니다.
Q. 재산 조회에서 빚이 하나도 안 나오면 안심해도 되나요?
그 범위에서는 안심하고 진행하면 됩니다. 다만 안심상속은 금융권 조회라서, 개인 간에 빌린 돈이나 보증처럼 금융권 밖의 빚은 잡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법은 뒷문을 하나 열어 두었습니다. 나중에 몰랐던 채권자가 나타나 소송을 걸어오더라도, 빚이 재산보다 많다는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특별한정승인(민법 제1019조 제3항)으로 다투는 길이 있습니다. 조회 결과를 믿고 진행하되, 낯선 청구서를 받았다고 자동으로 새 3개월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한다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뒤늦게 안 날부터 3개월입니다.
Q. 3개월 안에 결정하기 어려우면 기한을 늘릴 수 있나요?
3개월이 지나기 전에 가정법원에 기간연장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19조 제1항 단서). 다만 연장 여부와 기간은 가정법원이 정합니다. 재산 조회 결과가 늦게 나오거나, 상속인끼리 연락이 닿지 않아 3개월이 빠듯할 때 실무에서 실제로 쓰는 방법입니다. 기한을 넘겨 놓고 후회하는 것보다, 기한이 지나기 전에 연장부터 걸어 두는 것이 순서입니다.
Q. 이미 고인 재산을 처분해 버렸는데, 3개월이 안 지났으면 지금이라도 한정승인이나 상속포기를 할 수 있나요?
할 수 없습니다. 처분으로 단순승인이 의제된 이상, 기간이 남아 있어도 그 뒤의 한정승인 · 상속포기는 효력이 없습니다(민법 제1024조 제1항). 다만 출구가 하나 있습니다. 빚이 재산보다 많다는 사실을 중대한 과실 없이 모른 채 처분했던 경우라면,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개월 안에 특별한정승인을 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19조 제3항). 협의분할로 재산을 처분한 뒤에도 특별한정승인은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3다29562 판결). 한 가지 주의 — 특별한정승인은 법원이 신고를 수리해 줬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몰랐고, 모른 데에 중대한 과실이 없었다」는 점은 나중에 채권자가 소송을 걸어오면 상속인 쪽에서 증명해야 합니다.
Q. 법무사 상담을 받으려면 뭘 준비해 가야 하나요?
처음에는 빈손으로 오셔도 됩니다. 다만 재산세 과세증명과 안심상속 조회 결과, 이 두 장이 있으면 상담 당일에 우리 집이 등기의 길인지 가정법원의 길인지 방향이 나옵니다. 두 장 모두 주민센터에서 시작할 수 있으니, 상담 전에 준비할 것은 사실상 이것이 전부입니다.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신가요?
이 글에서 다룬 상속절차에 대해 구체적인 사안 검토가 필요하시면, 법무사가 정확한 법률 검토를 도와드립니다. 각 사안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적용 법리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상담을 권해 드립니다.
법무사 김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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