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승인 뒤 고인의 비상장주식을 액면가에 팔았는데, 나중에 상속재산파산 절차에서 훨씬 높은 감정가가 나왔다. 낮게 팔았다는 이유만으로 책임 제한이 사라질까. 매각 전후의 기록과 실제 정산 경위를 함께 살핀 하급심 사례가 있다.
상속인은 한정승인 목록에 주식을 적되 평가금액을 알 수 없다고 표시했다. 이후 주식 8만 주를 4천만원에 팔고 대금을 채권자 배당용 계좌에 넣었으며 채권자에게도 통지했다. 채권자가 가격과 처분에 이의하자 상속인은 상속재산파산을 신청했다. 매각은 파산선고 전에 이루어졌다.
파산절차에서 실시한 감정의 주식 평가액은 1억4,256만원이었다. 매수인은 관재인과 추가 정산에 합의했고, 법원 허가를 받아 1억원을 더 지급했다. 그 주식 매매대금은 채권자에게 배당됐다. 처음 받은 금액과 나중의 감정평가액이 달랐다는 사실뿐 아니라 차이가 어떻게 처리됐는지도 중요했다.
채권자는 저가 매각이 민법 제1026조 제3호의 부정소비이고,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89조 제3항 단서가 적용된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5년 5월 28일 선고한 2023가합103432 판결에서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상속재산을 써 없애 재산적 가치를 상실시키는 부정소비의 의미를 설명했다. 목록 기재와 대금 입금, 채권자 통지 및 파산절차의 추가 정산을 거쳐 대금이 채권자에게 귀속된 사정을 함께 보아, 이 사건 매각을 부정소비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것은 낮은 가격의 임의매각을 일반적으로 허용하거나, 나중에 돈을 보충하면 언제나 책임 제한이 회복된다는 판단이 아니다. 해당 1심의 구체적 이유다. 재산목록과 매매계약, 대금 흐름, 가격 이의와 감정 결과, 허가받은 정산 및 배당기록을 연결해 보아야 한다. 파산선고 뒤 관재인 대신 가족이 직접 팔아도 된다는 뜻으로도 읽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