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주고 아버지 소유 집에 저당권을 설정해 두었다고 하자. 아버지가 사망하고 그 상속재산에 파산이 선고됐다면, 자녀가 상속인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저당권까지 없어진 것으로 정리해야 할까. 담보물권의 존속도 구별할 일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89조 제2항은 상속재산에 파산선고가 있으면 고인이 상속인에게 가진 권리와 상속인이 고인에게 가진 권리가 소멸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상속으로 권리와 의무가 한 사람에게 모이는 혼동을 이유로 이 관계를 없애지 않도록 한 예외다.
『주석 채무자회생법』 제3권 제2판의 제389조 해설은 이 소멸하지 않는 권리에 채권뿐 아니라 물권도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그 저당권은 혼동으로 소멸하지 않고, 상속인 또는 상속재산의 관재인이 저당권을 실행해 피담보채권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는 정리다. 이는 해당 주석의 설명이며 직접 판결의 결론을 소개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상속관계가 생겼다는 사실만 보고 담보권을 지우는 것으로 처리를 시작해서는 안 된다. 받을 돈을 목록에 남겼더라도 담보가 없는 채권처럼만 정리했다면 저당권의 존재를 따로 확인할 일이 남는다. 반대로 가족이 집을 담보로 주기로 말했다는 사정과 실제 저당권이 설정돼 있다는 사실도 같지 않다.
등기사항증명서의 저당권자와 목적물, 순위 및 채권 관련 내용을 계약과 대조하자. 실제 빌려준 금액과 변제 내역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제389조 제2항은 다투어지는 채권액까지 확정하거나 이미 변제 등 다른 원인으로 사라진 권리를 다시 만드는 규정은 아니다. 상속으로 인한 혼동과 다른 소멸 원인을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관재인에게는 대여금 자료와 담보등기 자료를 연결해 전달하자. 담보권 존속은 가족이 재단을 팔거나 먼저 가져갈 권한을 뜻하지 않는다. 실제 권리와 남은 채권액을 확인한 뒤 어떤 권리를 누구의 지위에서 행사할지 검토하되, 상속만을 이유로 담보권을 없어진 것으로 단정하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