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주인이 사망한 뒤 계약이 끝나 가게를 비우고 열쇠까지 돌려줬다. 상가를 함께 물려받은 자녀들이 보증금도 자기 지분만큼만 내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상가 주인이 사망할 때 세입자가 대항력을 갖췄고 자녀들이 임대인 지위를 함께 이어받았다면, 보증금 반환채무는 상속 지분에 따라 나뉘지 않는다.
대항력과 상속인의 임대인 지위
상가를 인도받고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면 그 다음 날부터 임대차를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다(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이렇게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에게는 건물을 상속받은 사람도 새 임대인이 된다(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2항). 대법원은 세입자가 임차권등기를 마치고도 보증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임대인이 사망한 사건을 판단했다. 임대인 지위를 함께 이어받은 상속인들의 반환채무는 불가분채무라고 봤다(대법원 2021. 1. 28. 선고 2015다59801 판결).
불가분 반환채무의 청구 범위
임대인이 사망할 때 대항력을 갖췄던 상가 세입자는, 여러 상속인이 임대인 지위를 함께 이어받고 보증금 반환기가 도래하면 별도의 책임 제한이 없는 상속인 한 사람에게도 남은 보증금 전액을 청구할 수 있다. 민법 제411조에 따라 민법 제414조가 준용되므로, 한 사람에게 먼저 청구하거나 여러 사람에게 함께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로 받은 돈은 남은 보증금에서 뺀다.
상속포기 · 한정승인의 책임 제한
다만 상속을 적법하게 포기한 사람은 처음부터 상속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유효하게 한정승인한 상속인의 책임은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로 제한된다(민법 제1042조, 민법 제1028조).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한 상속인의 한정승인을 인정한 원심 판단을 유지하고, 다른 상속인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은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다. 임대차계약서와 사업자등록 신청일, 건물 인도일을 확인한 뒤 상가를 실제로 물려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살핀다.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이야기를 들었다면 말만 듣고 청구 상대를 정하기보다 가정법원의 심판 내용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