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재산에 파산이 선고되면 퇴직연금도 채권자에게 나눠 줄 재산에 들어갈까. 개인파산의 압류금지재산 규정을 그대로 옮길 수는 없지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상 퇴직급여채권에는 별도의 보호 취지가 고려된다.
상속재산 파산관재인이 고인의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을 운용하는 금융회사를 상대로 지급을 요구한 사건이다. 원심은 원칙적으로 파산재단에 들어가고, 유족의 최소 생계에 필요한 경우에만 제외될 수 있다고 봤다. 생계유지 필요성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며 재단 편입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2024년 1월 4일 선고한 2022다285097 판결에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채무자회생법 제389조 제1항은 상속재산파산의 재단 범위를 따로 정한다. 상속재산 자체를 공평하게 청산하는 절차이므로, 압류할 수 없는 재산을 제외하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83조 제1항이 원칙적으로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기서 판단이 끝나지는 않았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7조 제1항도 해당 퇴직연금 수급권의 전액에 대한 압류를 금지한다. 근로자뿐 아니라 가족의 생활을 보호하려는 취지와 일반 퇴직금채권보다 넓은 보호 범위를 고려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퇴직급여채권은 상속재산의 파산재단에 속하지 않는다고 봐야 했다.
제외하면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부당해지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는 별도로 살필 문제다. 대법원은 유족이 생계 필요성을 증명하지 못했다는 원심의 이유만으로 편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모든 연금이나 압류금지재산이 상속재산파산에서도 제외된다고 정한 판결은 아니다.
퇴직연금 가입 · 운용 자료와 지급규정, 파산관재인의 요구 내용을 확인하자. 일반 퇴직금인지 법이 전액 압류를 금지하는 퇴직연금인지부터 구별해야 한다. 상속재산인지와 파산재단에 넣을 수 있는지는 같은 질문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