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살며 현지 법원에서 상속포기를 했는데 고인의 집이 한국에도 있다면, 국내 집만은 여전히 상속받을 수 있을까. 상속에 적용되는 법과 포기 의사를 표시하는 방식을 구별해야 한다. 한국 부동산이 있다는 사실 하나로 외국에서 한 포기의 효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구고등법원 2014나2007 판결은 고인과 상속인들이 모두 한국 국적이면서 일본에서 살고, 재산은 양국에 있던 사안이다. 일부 가족이 도쿄가정재판소에 포기를 신고한 뒤 다른 가족이 국내 단독상속등기를 했다. 포기했던 이들은 일본에서 한 포기는 국내 집에 효력이 없다며 등기말소를 청구했다.
법원은 당시 국제사법에 따라, 상속의 준거법은 고인의 본국법이지만 법률행위의 방식은 행위지법에 의한 것도 유효하다고 보았다. 상속포기는 포괄적인 권리와 의무의 승계에 관한 것이므로, 물권이나 등기할 권리를 정하거나 처분하는 행위의 방식에 관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국내 집만 포기의 효과에서 제외하자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일부 가족은 일본 법원에서 신고기간을 연장받은 뒤 연장기간 안에 포기했다. 국내 법원에서 기간 연장을 받지 않았다는 반론도 나왔다. 법원은 어느 나라 법원에서 연장결정을 받을지 역시 방식의 문제로 보아 포기를 유효하다고 판단했고, 1심을 취소했다.
이 판결은 2012년에 시작된 상속에 관한 구법 사례다. 현재 국제사법 제31조는 법률행위의 방식을, 제77조는 상속의 준거법과 법 지정의 예외를 정한다. 2022년 전부개정 부칙은 시행 전 사항의 준거법에 원칙적으로 종전 규정을 적용하도록 하므로, 과거 조문을 현행 조문인 것처럼 읽어서는 안 된다.
고인과 상속인의 국적, 거주지와 재산 소재지, 현지 신고서·수리문서, 기간 연장결정을 함께 확인하자. 이 사건의 결론만으로 모든 외국 법원 신고가 국내에서도 유효하다거나 한국 법원에 별도 절차가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협의분할서의 서명 인증 문제와도 구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