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포기를 취소하면 제3자 권리도 사라질까

상속포기에 착오나 사기 · 강박이 있어 취소를 검토하는데, 그 사이 다른 사람이 상속재산에 관한 권리를 취득했다. 내 포기에 취소 사유가 있다는 판단만으로 그 사람의 권리까지 모두 되돌릴 수 있을까. 취소 사유와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있는 범위는 나누어 확인해야 한다.

민법 제109조 제2항은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의 취소로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제110조 제3항도 사기나 강박에 의한 취소에 같은 제한을 둔다. 당사자 사이에서 취소가 유효한지와 별개로, 보호되는 제3자의 지위가 문제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규정을 상속의 승인 · 포기에도 적용할지는 견해가 갈린다. 주석 민법 상속 제6판의 제1024조 해설은 선의의 제3자 보호규정이 적용된다는 입장이다. 승인 · 포기에 일부 신분행위의 성격이 있어도 본질적으로 재산법상 법률행위에 가깝고, 총칙상 보호를 배제할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든다.

그 입장에서는 포기가 적법하게 취소됐더라도 그 취소로써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 다만 누군가 재산을 샀다는 사실만으로 언제나 보호된다는 결론은 아니다. 실제 취득한 권리와 시점, 제3자에 해당하는 지위, 선의 여부를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위 해설만으로 특정 매수인의 반환의무가 확정되지는 않는다.

처음부터 본인 뜻 없이 서류가 위조됐거나 대리권 없이 신고한 경우는 무효 여부가 문제다. 이런 사안을 착오나 사기 · 강박에 따른 취소와 같은 전제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 취소 사유가 무엇인지부터 구별하지 않으면 제3자 보호규정의 적용 문제도 잘못 정리할 수 있다.

원포기 신고와 심판문, 취소 원인에 관한 자료, 재산이 이전된 계약과 등기 기록을 나란히 놓고 보자. 취소권 행사기간과 제3자 관계도 각각 확인해야 한다. 문헌의 견해를 모든 제3자가 보호된다거나 모두 반환해야 한다는 일률적인 답으로 옮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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