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책 뒤 돈을 지급했다고 모든 경우가 스스로 갚은 임의변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강제집행을 피하려 부득이 낸 돈인지도 살펴야 한다. 다만 가족이 대신 낸 돈이나 착오로 보낸 돈까지 같은 결론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7. 14. 선고 2016가단5140875 · 5140882 판결에서는 대부업자가 어음 공정증서로 유체동산을 압류했다. 채무자는 강제집행을 피하려 360만원을 지급했다. 법원은 공정증서의 원인채권이 이미 변제로 소멸했고, 공정증서를 다른 채권에 유용하기로 했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판단했다.
채권자는 별도의 정산약정 채무가 남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그 채권도 선고 전 원인에서 생겨 면책확정으로 책임이 면제됐다고 보았다. 나아가 자연채무를 임의로 변제받으면 보유할 권능이 있다고 가정해도, 이 사건 지급은 강제집행을 피하려 한 것이어서 임의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반환을 명한 이유를 면책 뒤 지급이라는 날짜 하나로 줄일 수는 없다.
채권자는 별도 면책채권으로 반환금과 상계하겠다고도 했다. 법원은 이를 허용하면 채무자의 의사에 반해 면책채권의 변제를 강제하는 결과가 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면책된 채권의 집행과, 채무자가 돌려받을 돈을 그 채권으로 상계하는 문제를 함께 구별한 것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의 책임면제 범위를 확인하면서 실제 집행 문서와 채무의 변제 내역, 면책확정일과 지급 경위를 대조해야 한다. 이 사례는 본인이 압류를 피하려 낸 돈에 관한 하급심 판단이다. 자발적 변제의 반환 가능성은 가정 표현만으로 확정한 것이 아니며 가족 대납도 판단하지 않았다. 어떤 압류 때문에 어떤 돈을 누구에게 냈는지 확인해야 반환 문제를 제대로 검토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