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유죄인 빚, 대여금 청구와 손해배상은 같을까

사기죄로 유죄가 확정된 차용이라도 채권자가 어떤 권리로 청구했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한다. 계약에 따른 대여금과 고의 불법행위의 손해배상은 이름만 다른 하나의 청구라고 단정할 수 없다. 면책 뒤 비면책을 다투면서 이 구별이 문제가 된 하급심 사례가 있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6. 2. 12. 선고 2025가단55511 판결에서 채권자는 대여금 지급명령을 받아 두었다. 같은 차용 과정의 기망으로 채무자에게 사기 유죄가 확정됐고, 이후 면책도 확정됐다. 채권자는 지급명령의 실체가 사기 피해금이므로 비면책채권이라고 확인해 달라고 청구했다.

법원은 지급명령의 청구가 대여금으로 명시됐고 이자도 대여약정에 기초한 점 등을 보아, 그 지급명령 채권을 사기 손해배상채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별개의 손해배상청구를 이행의 소로 행사할 수 있는데도 확인을 구한 것은 유효적절한 수단이 아니라며 소를 각하했다. 본안에서 모든 손해배상 책임의 면책 여부를 확정한 판결은 아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3호는 고의로 가한 불법행위의 손해배상을 비면책으로 정한다. 범죄가 있었다는 사실과 현재 행사하는 민사채권의 원인을 연결해 보아야 하는 이유다. 같은 돈과 관련됐다는 이유만으로 대여금 청구의 내용이 저절로 손해배상 청구로 바뀌는 것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형사판결의 범죄사실과 민사 청구서, 지급명령의 원인 및 이자 산정, 면책자료를 함께 대조하자. 이 사례 하나로 사기 관련 대여금은 모두 면책된다거나 채권자는 언제나 손해배상만 청구하면 된다고 정할 수 없다. 해당 하급심이 판단한 청구의 성격과 소송요건의 범위에서 읽어야 한다. 현재 청구된 권리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작업을 유죄라는 결론 하나로 대신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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