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배상금이라고 모두 같은 비면책채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4호는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의 손해배상을 정한다. 사고가 났다는 사실, 무면허라는 사정과 이 요건을 각각 확인해야 한다.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10다3353 판결은 벌점 누적으로 면허가 취소된 운전자가 졸음운전 중 주차 차량을 충격해 동승자에게 상해를 입힌 사건을 다뤘다. 원심은 비면책채권이라고 보았지만 대법원은 중대한 과실에 관한 판단이 잘못됐다며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조금만 주의하면 생명이나 신체 침해를 쉽게 예견하거나 피할 수 있는데도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 사건에서는 면허 취소 자체가 사고의 직접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기 어렵고, 전방주시를 게을리한 졸음운전이라는 점만으로 중과실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모든 무면허 사고나 졸음운전이 면책된다는 뜻은 아니다.
청구 항목도 구별해야 한다. 제4호는 생명 · 신체 침해를 대상으로 하므로 차량수리비 등 물적 손해를 같은 이유만으로 이 호에 넣을 수는 없다. 다만 고의 불법행위 손해배상은 제3호가 별도로 정한다. 재산상 손해라는 이유로 다른 비면책사유까지 검토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뜻도 아니다.
사고경위와 원인, 형사처분의 내용, 손해배상 판결이나 합의서의 항목을 함께 확인하자. 보험회사가 돈을 지급한 뒤 청구하는 경우에도 원래 어떤 손해와 법률관계에 관한 청구인지 살펴야 한다. 면책결정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사고 채무가 사라졌다고 보거나, 교통법규 위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배상금 전부가 남는다고 처리해서는 안 된다. 법정 손해 유형과 과실 정도를 나누어 판단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