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가 다른 사람과 체결한 계약을 근거로 돈을 청구했는데 피고가 그 계약 내용을 알지 못한다면, 반드시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민사소송법 제150조 제2항은 상대방이 주장한 사실에 대하여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때에는 그 사실을 다툰 것으로 추정한다고 정한다. 이를 흔히 부지의 진술이라고 부른다.
이 규정은 사실을 모르는 사람에게 허위로 부인하라고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침묵 때문에 인정한 것으로 처리되는 일을 막는다. 다만 모른다고 썼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거나 그 사실이 거짓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 사실이 청구에 왜 필요한지, 누가 어떤 자료로 증명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남는다.
같은 조 제1항은 변론에서 상대방 주장 사실을 명백히 다투지 않으면 자백한 것으로 보되, 변론 전체의 취지에서 다툰 것으로 인정되면 예외로 한다. 따라서 알지 못한다는 답변은 어느 사실에 대한 것인지 드러나야 한다. 계약의 존재를 모르는 것인지, 계약 당사자는 알지만 대금 지급 여부를 모르는 것인지 구분해야 다음 쟁점도 정리된다.
예를 들어 피고가 직접 받은 물건과 제삼자가 주문했다는 물건을 한꺼번에 청구받았다면, 자신이 확인한 수령 사실까지 모두 모른다고 적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아는 사실과 모르는 사실을 나누고, 거래명세서나 수령 확인서 가운데 어느 자료를 받아야 답할 수 있는지 밝히는 편이 낫다. 사실을 모른다는 진술과 자료의 진위가 의심된다는 주장은 서로 다른 내용이다.
소장의 문단별로 인정하는 사실, 부인하는 사실, 알지 못하는 사실을 표시한 뒤 각각의 이유와 확인 자료를 붙여 보자. 답변서에 이 구분이 드러나면 법원과 상대방도 증명이 필요한 범위를 알 수 있다. 부지의 진술은 사실 확인을 생략하는 문구가 아니라, 아직 다툼이 남은 사실을 정확히 드러내는 답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