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인정한 사실, 답변서를 고치면 번복할 수 있을까

가령 대여금 소송에서 피고가 돈을 빌린 사실을 인정했다가, 뒤늦게 장부를 찾아 빌린 돈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려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법정에서 한 사실의 인정은 준비서면의 표현을 바꾸는 것만으로 자유롭게 거두어들일 수 있는 진술이 아니다. 무엇을 인정했고, 그 내용이 재판상 자백에 해당하는지부터 가려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288조는 법원에서 당사자가 자백한 사실은 증명할 필요가 없다고 정한다. 상대방이 따로 입증해야 할 사실이 다툼 없는 사실로 바뀌므로, 그 인정에 기대어 소송을 진행한 상대방의 지위도 고려하는 것이다. 돈이 오간 사실을 인정한 것인지, 빌린 돈이라는 성격까지 인정한 것인지에 따라 검토할 범위가 달라진다.

같은 조 단서는 진실에 어긋나는 자백이 착오로 말미암은 것임을 증명한 때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사유를 주장하려면 실제 거래가 무엇이었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와, 왜 처음에 다르게 진술했는지를 설명하는 자료가 함께 필요하다. 나중에 계산해 보니 불리하다거나 법률 판단이 달라졌다는 사정만으로 이 요건을 대신할 수는 없다.

반대로 상대방에게 보낸 문자나 협상 중 발언이 곧바로 이 조문의 재판상 자백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말이 증거로 쓰일 수 있는지와 법정에서 이미 인정한 사실을 취소하는 문제를 구별해야 한다. 또한 사실의 인정인지, 단순한 법률 의견인지를 확인하지 않고 모든 말을 자백으로 묶어서는 안 된다.

먼저 해당 기일의 조서와 진술된 준비서면에서 인정 문장을 그대로 찾아야 한다. 이어 그 문장과 어긋나는 원자료, 처음 진술에 이른 경위를 날짜 순으로 놓고 취소를 주장할 범위를 좁힌다. 바꾸고 싶은 결론보다 무엇을 잘못 인정했는지를 특정하는 일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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