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사례다. 중고 기계 소유자의 동생이 대신 팔 권한이 있다고 말해 구매자가 계약했다. 뒤에 소유자에게 확인하니 위임한 적이 없다는 답을 받았고 본인은 아직 계약을 추인하지 않았다. 구매자는 계약할 때 권한이 없음을 몰랐는데 계속 기다려야 하는지 궁금하다. 대리권이 없다는 전제로 철회권을 살펴본다.
민법 제134조 본문은 대리권 없는 사람이 한 계약에 대해 본인의 추인이 있을 때까지 상대방이 본인이나 그 대리인에게 철회할 수 있도록 한다. 권한이 없었던 사람이 누구인지와 계약에서 상대방 지위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먼저 나누어야 한다. 철회 의사를 표시할 상대도 조문에 적혀 있다.
중요한 경계는 본인의 추인이다. 사례에서는 아직 추인이 없지만 실제 사건에서도 그 경과를 확인해야 한다. 추인할지 묻는 연락을 보냈다는 사실, 본인이 계약 내용을 들었다는 사실과 실제 추인이 있었다는 판단을 같은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본인 회신이 있었다면 내용과 시점도 대조해야 한다.
단서는 계약 당시 상대방이 대리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던 경우를 제외한다. 처음에는 몰랐다가 나중에 알게 된 경우와 계약할 때부터 알고 진행한 경우는 다르다. 권한이 없다는 사실이 현재 밝혀졌다는 사정만으로 계약 당시의 인식을 소급해 정할 수 없다. 알면서 체결한 경과를 나중에 숨길 수도 없다.
매매계약과 서명 자료는 누가 누구의 대리인으로 계약했는지를, 권한에 관한 설명과 본인의 확인 회신은 실제 대리권 및 구매자가 안 경위를 보여 준다. 본인과의 협의 기록은 추인이 있었는지를, 철회 통지와 전달 자료는 어떤 계약을 누구에게 철회한다고 표시했는지 확인하게 한다. 작성 날짜만 적기보다 실제로 의사를 전한 경과를 남겨야 한다.
철회할 수 있는지와 무권대리인에게 별도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지는 각각 요건을 살펴야 한다. 구매자는 권한과 계약 당시 인식, 추인 여부를 시간순으로 맞춰 철회권이 남는지 판단하고 통지의 대상과 내용을 구체화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