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무단으로 한 상속포기, 뒤에 추인하면 유효할까

가족이 권한 없이 한 상속포기 신고가 수리됐다면, 본인이 나중에 그 신고를 인정한다는 준비서면을 내어 유효하게 만들 수 있을까. 처음 대리권이 있었는지와 뒤에 본인이 한 행위의 효력은 나누어 살펴야 한다.

서울고등법원은 2022년 9월 29일 선고한 2022나2009680 판결에서 이 문제를 판단했다. 대여금 반환을 청구받은 상속인은 양모가 자신도 모르게 무권대리로 첫 포기신고를 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소송 중 준비서면으로 그 무권대리행위를 추인했으므로 포기가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속포기는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이고, 이러한 단독행위의 무권대리는 추인 여부와 관계없이 확정적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첫 포기신고가 수리됐다는 사실과 뒤의 추인 주장만으로 이 사건 포기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무권대리였다는 전제에서 해당 항소심이 내린 판단이다.

본인이 다시 낸 포기신고도 따로 검토했다. 첫 신고로부터 약 13년 뒤 두 번째 신고가 수리됐지만, 법원은 앞선 경매개시결정의 송달, 상속지분 관련 세금 독촉과 부과취소 통보 등 자료를 살폈다. 늦어도 그 부과취소 통보 무렵에는 사망으로 자신이 상속인이 됐음을 알았다고 보아, 그 뒤 3개월을 넘긴 두 번째 포기도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민법 제1019조 제1항과 민법 제1041조는 상속개시를 안 날부터의 신고기간과 가정법원 신고방식을 정한다. 첫 신고는 권한 없는 대리행위의 추인 문제였고, 새 신고는 기간 준수 문제였다. 새 수리심판을 받았다고 이전 신고의 흠이 모두 고쳐지거나 기간이 새로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처음 위임한 기록과 신고서, 뒤의 준비서면, 재신고 및 과거 통지 자료를 함께 확인하자. 이 판결을 모든 무효행위는 어떤 추인도 불가능하다는 일반 규칙으로 넓혀서는 안 된다. 실제 대리권이 있었는지의 다툼과 무권대리를 전제로 한 사후 추인의 다툼을 구별하고, 새 신고가 필요하다면 그 신고의 기간도 독립해서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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