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빚을 갚으라는 연락을 받았지만 상속포기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채권자가 정한 송금일까지 먼저 갚아야만 할까. 아직 선택하지 않고 재산을 관리하는 단계의 지급 거절은, 한정승인 뒤 청산 중의 거절과 근거가 다르다.
민법 제1022조는 상속인이 자기 고유재산에 대하는 것과 동일한 주의로 상속재산을 관리하도록 정한다. 민법 제1033조는 한정승인자에게 채권신고기간이 끝나기 전 변제를 거절할 권리를 명시한다. 아직 선택 전인 상속인에게도 같은 권리가 있는지는 별도 문제다.
주석 민법 상속 제6판의 제1022조 해설은 변제거절권을 인정하는 통설을 소개하고 그 입장을 취한다. 상속인이 승인이나 포기를 하지 않고 상속재산을 관리하는 동안에는 상속채권의 변제를 거절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문에 그 권리가 직접 적혀 있다고 소개한 것은 아니다.
이유는 상속 선택의 기회를 지키는 데 있다. 지급을 거절할 수 없게 하면 상속재산으로 빚을 갚다가 민법 제1026조 제1호의 처분에 따른 단순승인으로 이어질 수 있어, 포기나 한정승인을 할 기회를 사실상 빼앗는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같은 해설은 제1033조 같은 명문이 없으므로 거절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반대 견해도 함께 밝힌다.
거절권을 인정하는 설명이 고인의 채무가 없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해설은 이와 별개로 상속관계가 확정되기 전에도 채권자가 상속재산에 가압류를 할 수 있다고 구별한다. 지급을 미루는 문제와 재산에 대한 보전조치는 같지 않다. 이 문헌의 설명에서 이자 면제나 소송의 자동 중지까지 끌어내지는 않는다.
독촉장의 채권 근거와 청구액, 현재 승인 · 포기 여부, 상속재산 관리 상태와 상속을 안 날짜를 확인하자. 이미 한정승인한 뒤의 공고기간을 근거로 드는지, 선택 전 단계의 문헌상 거절권을 검토하는지 구별해야 한다. 지급을 당장 하지 않는 동안에도 민법 제1019조의 선택기간은 따로 챙겨야 하며, 거절 의사만 알렸다고 상속포기 신고를 마친 것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