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포기서임을 알고 냈지만 속마음은 달랐다면

상속포기 신고서라는 사실을 알고 직접 서명해 제출했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상속을 받을 생각이었다고 한다. 신고할 때의 숨은 마음을 내세워 포기가 무효라고 할 수 있을까. 어떤 서류인지 알면서 표시한 뜻과, 문서의 성질조차 몰랐다는 주장은 구별해야 한다.

민법 제107조 제1항 본문은 표시자가 진의가 아님을 알고 한 의사표시도 효력이 있다고 정한다. 같은 항 후문에는 상대방이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 무효라는 예외도 있다. 다만 상대방에게 한 매매 의사표시에 관한 설명을 상속포기에 그대로 옮겨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주석 민법 총칙 제2권 제5판의 2019년 해설은 제108조의 적용범위를 설명하면서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을 따로 다룬다. 관청의 수령을 요하는 의사표시는 관청이 표시자와 통정할 수 없으므로 통정허위표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본다. 이어 내심과 다르게 이런 의사표시를 했더라도 제107조 제1항 본문에 따라 유효하다는 입장을 제시한다.

이 설명에 따르면 포기라는 행위를 알고 직접 신고한 사람이 마음속으로 상속을 유지하려 했다는 사정만으로 그 포기를 무효로 돌릴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관청이 통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법원이나 다른 가족의 인식에 관한 별도의 예외까지 도출한 것은 아니다.

서명한 문서가 포기신고서인 줄 몰랐다는 문제나, 가족이 권한 없이 대신 신고했다는 문제는 확인할 사실이 다르다. 포기할 뜻을 표시한 뒤 재산 내역을 잘못 알았다는 사정도 구별한다. 숨은 의사가 있었다는 주장만으로 이런 사유를 모두 대신할 수 없으므로, 당시 무엇을 알고 어떤 행위를 했는지부터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원신고서 전체와 서명 · 제출 경위, 그때 들은 설명과 주고받은 연락을 나란히 보자. 민법 제1041조는 가정법원에 포기신고를 하도록 정한다. 내심의 유지 의사만 남긴 메모와 법원에 실제로 표시한 내용을 구별하고, 포기신고의 다른 요건이나 별도의 하자까지 갖추어졌는지는 각각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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