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과 세입자가 합의하면 전차인도 나갈까

설명용 가상 사례다. 건물주 갑의 동의를 받아 을에게서 창고를 다시 빌린 병이 있다. 전대차기간이 남아 있는데 갑과 을은 원래 임대차를 끝내기로 합의했다. 갑이 그 합의서를 보여 주며 병에게도 즉시 나가라고 요구한다. 병은 자기 계약의 권리가 두 사람의 합의만으로 없어지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민법 제631조는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임차물을 전대한 경우를 정한다. 이때 임대인과 임차인의 합의로 계약을 종료시켜도 전차인의 권리는 소멸하지 않는다. 병을 보호하는 출발점은 갑의 동의를 받은 전대차라는 조건과, 원임대차가 합의로 종료되었다는 원인이다. 원임대차의 종료와 병의 권리 소멸이 바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다.

이 규정은 병에게 원래 없던 무제한 사용권을 주는 내용은 아니다. 병이 어떤 목적물을 언제까지 빌렸는지,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었는지 전대차계약서를 확인해야 한다. 병 자신의 기간이 이미 끝났는지와 갑 · 을의 합의가 병의 권리를 없애는지는 다른 질문이다. 합의 종료 이외의 사유로 원임대차가 끝났다면 제631조만으로 같은 결론을 낼 수는 없다.

원임대차계약서와 전대차계약서를 나란히 보면 창고의 범위, 각 계약의 기간과 당사자를 대조할 수 있다. 갑의 전대 동의서나 동의 내용을 담은 메시지는 적법한 동의가 있었음을 확인하는 자료다. 동의 대상이 병의 전대차인지, 다른 사람이나 다른 공간에 대한 동의인지도 대조해야 한다. 계약서 두 장에 주소가 같다는 사정만으로 이 조건이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갑과 을의 종료 합의서는 종료 원인과 합의 내용을 확인하는 데 쓰고, 병에게 온 인도 요구서는 누가 어떤 근거로 언제 반환을 요구했는지 확인하는 데 쓴다. 차임 미납을 이유로 한 해지 통지가 따로 있다면 합의서와 함께 실제 종료 원인을 구분해야 한다. 병의 응답 문서에는 전대 동의와 남아 있는 자기 권리의 근거가 구체적으로 드러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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