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용 가상 사례다. 보증금 반환을 다투던 갑과 을에게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이 왔다. 갑은 지급기일이 마음에 들어 수락했지만 을은 아무 답도 하지 않았다. 갑은 을이 반대하지 않았으니 합의가 끝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절차에서는 침묵을 수락과 같은 것으로 처리할 수 없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26조 제1항은 작성한 조정안을 각 당사자에게 통지하도록 한다. 제2항은 통지받은 당사자가 그날부터 14일 이내에 수락 의사를 서면으로 표시하지 않으면 조정을 거부한 것으로 본다고 정한다. 조정안을 읽고 마음속으로 동의한 사실이나 상대방에게 반대하지 않았다는 설명만으로 법정 수락 요건을 대신할 수는 없다.
같은 조 제3항은 각 당사자가 조정안을 수락했을 때 그 내용과 같은 합의가 성립한 것으로 본다. 따라서 갑이 수락서를 제출했다는 사실만 확인하고 을도 같은 합의를 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누구에게 어떤 조정안이 통지되었고, 양쪽이 각각 서면으로 수락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기산점은 분쟁을 처음 제기한 날이나 갑이 조정안을 받은 날로 통일되지 않는다. 을에게 적용할 14일은 을이 통지받은 날을 확인해야 한다. 갑과 을의 수신일이 다를 수 있으므로, 한쪽의 접수 기록만으로 두 사람의 회신 기한을 계산하면 틀릴 수 있다. 전화로 수락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라면 별도의 서면 표시가 있었는지도 확인 대상이다.
준비할 자료는 통지된 조정안 원문, 당사자별 통지 자료, 각 수락서와 제출 내역이다. 조정안은 어떤 내용의 수락을 요구받았는지, 통지 자료는 사람별 기산점을, 수락서와 제출 기록은 서면 의사표시의 내용과 시점을 증명한다. 수락 내용에 수정이나 조건이 붙어 있다면 원안과 나란히 읽어 같은 조정안을 수락한 것인지 살펴야 한다.
갑은 을이 연락하지 않았다는 말보다 양쪽 수락 자료가 갖추어졌는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미 합의가 성립했는지와 그 합의에 따라 바로 집행할 수 있는지는 다음 단계에서 구별하여 판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