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용 가상 사례다. 갑은 주택에 민법상 전세권을 설정받아 사용하고 있다. 소유자 을이 수선을 요구하자 갑은 전세금을 냈으니 모든 수리는 소유자가 맡아야 한다고 답한다. 이때는 전세권자의 현상 유지와 수선 의무가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 요구받은 작업이 그 범위에 속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민법 제309조는 전세권자가 목적물의 현상을 유지하고 통상의 관리에 속한 수선을 해야 한다고 정한다. 전세권에 따라 사용 · 수익한다는 권리만 확인하고 관리 의무를 생략할 수는 없다. 통상의 관리에 속하는 수선이라는 범위가 중요하다.
따라서 먼저 갑이 실제로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 문서를 읽어야 한다. 일상적으로 전세라고 부르는 임대차와 등기된 민법상 전세권을 같은 말로만 처리하면 적용할 관계를 놓칠 수 있다. 전세권설정계약과 등기사항증명서는 권리자와 목적물을 확인하는 자료다. 별도의 임대차나 비용 약정이 함께 있다면 그 내용도 나누어 대조해야 한다.
다음은 수선 요청의 구체적인 내용이다. 전체 견적 금액만 제시하면 어느 부위를 어떤 이유로 고치는지 드러나지 않는다.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작업인지, 시설을 새로 확장하거나 기능을 바꾸려는 작업이 섞였는지 항목을 나눌 필요가 있다. 제309조를 근거로 모든 새 설비 비용까지 당연히 부담한다고 설명하지 않도록 수선의 원인과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필요한 자료는 권리와 약정을 보여 주는 문서, 입주 당시 및 현재 사진, 고장 · 훼손 경과, 공사 내역서다. 계약과 등기는 검토할 법률관계를, 사진과 경과 자료는 목적물의 상태 변화를, 내역서는 작업별 수선 목적과 범위를 증명한다. 실제 비용을 이미 지급했다면 지급 자료도 따로 남겨 누가 어느 작업의 돈을 냈는지 맞춰야 한다.
갑은 소유자의 요청을 전부 거절하거나 총액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현상 유지와 통상 관리 수선이라는 기준에 맞춰 항목별 의무를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