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반환소송을 먼저 내면 상속포기를 못할까

상속포기 신고 전에 고인의 재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이미 소송을 냈으니 상속재산을 처분한 것이 되어 포기할 수 없을까. 소송을 제기한 목적과 청구 대상을 살펴야 한다.

대법원은 1996년 10월 15일 선고한 96다23283 판결에서 판단했다. 고인의 상속인들은 포기신고를 하기 전에 은행을 상대로 고인이 소유하던 주권의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후 고인의 채무를 청구한 소송에서, 그 반환소송 제기가 법정단순승인의 처분행위인지 다투어졌다.

민법 제1026조 제1호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한 처분행위를 한 때 단순승인한 것으로 본다고 정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권원 없이 공유물을 점유하는 사람에게 그 물건의 반환을 구하는 것은 공유물의 보존행위라고 설명했다. 이 이유로 해당 주권반환청구소송의 제기를 처분행위로 보지 않은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피고들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상속포기를 신고했다고 본 원심 판단도 받아들였다. 채권자들인 원고들의 상고는 모두 기각됐다. 포기 전에 재산 반환을 구했다는 사정만으로 그 사건에서 단순승인 사유가 성립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주권을 돌려달라는 별도 소송의 최종 결과나 실제 수령 이후의 행위까지 판단한 것은 아니다.

이 사례를 모든 청구와 추심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무엇을 돌려달라고 했는지, 상대방이 어떤 이유로 보유하고 있었는지와 소송 과정에서 실제로 한 행위를 확인해야 한다. 재산을 지키기 위한 반환청구와 별도로 매각이나 수령 뒤 사용 등이 있었다면, 소장을 냈다는 한 가지 사실로 모든 행위를 보존행위라고 정리하지 않는다.

소장과 청구취지, 재산의 소유 · 점유 경위, 포기신고 기록과 이후의 처분 자료를 함께 보자.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선택을 포기하거나, 반대로 반환소송이라는 이름만 붙이면 포기에 영향이 없다고 안내해서는 안 된다. 판결이 인정한 공유물 보존의 범위에 맞는지와 다른 단순승인 사유가 있는지를 구별해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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