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포기 심판문이 있다고 확정판결에 따른 집행을 언제든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포기한 시점과 채무를 청구받은 소송에서 그 사실을 주장했는지가 중요하다.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은 판결 뒤의 다툼에서도 같은 취급을 받지 않는다.
상속인들은 상속포기를 했지만, 채권자가 낸 임대차보증금 반환소송에서 그 사실을 주장하지 않았다. 채무 지급을 명한 판결이 확정된 뒤에야 포기를 이유로 청구이의의 소를 냈다. 상속포기는 앞선 소송의 변론이 끝나기 전에 이미 이루어진 상태였다.
대법원은 2009년 5월 28일 선고한 2008다79876 판결에서 상속인들의 상고를 기각했다. 민사집행법 제44조 제2항은 판결에 대한 청구이의 사유를 원칙적으로 변론종결 뒤 생긴 사유로 제한한다. 상속포기는 상속으로 채무가 존재하는지 자체에 관한 문제라 확정판결의 판단에 묶인다. 앞서 주장할 수 있었던 포기를 뒤늦게 꺼내 그 결론을 뒤집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정승인은 채무의 존재보다 어느 재산까지 집행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다. 책임 범위가 실제로 심리되지 않은 경우 뒤에 다툴 수 있다는 별도 법리를 상속포기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판결에 따른 집행이 현저히 부당해 정의에 반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권리남용이 문제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채권자가 포기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 등이 증명되지 않아 그 예외도 인정되지 않았다. 포기했다는 사실만으로 예외가 되는 것은 아니다.
소장을 받으면 포기 심판문과 고지 자료를 제출하고 답변 기한을 챙겨야 한다. 이미 판결이 확정됐다면 포기일, 앞선 소송의 변론종결일과 판결문을 먼저 대조해야 한다. 이 판결을 지급명령 등 모든 집행권원에 같은 조건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