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승인을 했는데도 채권자가 낸 소송에서 이를 주장하지 않아, 책임 제한 없는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곧바로 자신의 모든 재산으로 갚아야 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앞선 판결이 책임 범위까지 실제로 판단했는지가 핵심이다.
상속인들은 이미 한정승인을 한 상태에서 구상금 청구소송을 당했다. 그러나 그 소송이 끝날 때까지 한정승인을 주장하지 않았다. 아무런 책임 제한이 없는 판결이 확정되자, 상속재산을 넘는 강제집행을 막아 달라는 청구이의의 소를 냈다.
대법원은 2006년 10월 13일 선고한 2006다23138 판결에서 그 다툼을 허용했다. 한정승인은 상속채무의 금액을 줄이는 제도가 아니라 집행할 재산의 범위를 제한한다. 채무를 인정하는 것과 상속인 자신의 재산에도 집행할 수 있다는 것은 별개라는 뜻이다.
앞선 소송에서는 한정승인이 주장되지 않아 책임 범위가 현실적인 심판 대상이 되지 않았다. 판결의 주문과 이유 어느 쪽에서도 그 범위가 판단되지 않았으므로, 그 부분까지 확정판결의 효력에 묶인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채권자의 상고는 기각됐다.
이 사건은 판결 뒤 새로 한정승인을 한 사례가 아니다. 이미 해 둔 한정승인을 소송에서 빠뜨린 사안이다. 상속포기처럼 채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경우나, 앞선 판결에서 한정승인의 효력과 책임 범위가 실제로 다투어진 경우까지 같은 결론이라고 넓혀 읽어서는 안 된다.
처음 소송에서 한정승인 자료를 내는 것이 우선이다. 이미 확정됐다면 수리심판문, 앞선 준비서면과 판결문, 현재 집행 대상을 함께 살펴야 한다. 민사집행법 제46조에 따라 이의의 소를 내는 것만으로 집행이 멈추지는 않으므로, 집행정지가 필요한지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