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낙 편지가 도착하기 전에도 계약이 될까

가상 사례다. 서로 다른 도시에 사는 두 사람이 우편으로 중고 장비 매매를 논의했다. 구매자가 매도인의 유효한 청약을 받아 월요일에 승낙 편지를 우체국에 접수했고 매도인은 수요일에 받았다. 청약과 승낙 자체의 효력에는 다툼이 없다고 가정한다. 계약 성립을 월요일과 수요일 중 어느 날로 볼지가 문제다.

민법 제531조는 격지자 사이의 계약이 승낙 통지를 발송한 때 성립한다고 정한다. 이 사례에서는 승낙 편지를 실제로 발송한 시점을 기준으로 계약 성립을 판단한다. 받은 날이나 다시 답장한 날을 항상 성립일로 잡는 규정은 아니다.

다만 어떤 편지든 보내기만 하면 계약이 생긴다는 뜻은 아니다. 상대방의 제안이 계약을 성립시키려는 청약인지, 회신이 그 제안에 대한 승낙인지 먼저 살펴야 한다. 아직 가격을 문의하는 단계이거나 다른 조건을 새로 제시한 문서라면 그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채 승낙 통지라고 이름 붙일 수 없다.

또 편지 작성일과 실제 발송일을 구별해야 한다. 월요일 날짜를 적어 두었어도 우편 발송은 다른 날 했을 수 있다. 초안을 저장하거나 서명만 마친 상태도 발송 자료와 같지 않다. 격지자 거래라는 관계와 청약 · 승낙의 내용이 확인된 다음 실제로 언제 통지를 내보냈는지를 정리하는 순서다.

청약 원문과 첨부 조건은 상대방이 어떤 거래를 제안했는지, 승낙 편지는 어느 내용에 동의했는지 보여 준다. 우편 접수증과 전달 경과는 발송과 도달을 나누어 확인하는 데 쓴다. 편지에 청약이나 승낙 기간이 적혀 있다면 그 기간과 통지의 효력 문제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제531조가 유효하지 않은 청약을 되살리거나 모든 지연 통지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사례의 당사자는 계약 성립일을 따지면서 받은 편지의 날짜만 내세우기보다 원문과 발송 증빙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성립 뒤 약정한 인도일과 대금 지급일은 해당 계약 내용에 따라 다시 구별한다. 성립일과 모든 채무의 이행기를 한 날짜로 합쳐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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