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참여한 대화에서 상대방이 “갚겠다”고 말한 구간을 찾았다고 하자. 소송에서 그 부분을 짧게 보여 주고 싶더라도, 앞뒤 대화가 지워진 파일만 남겨 두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다. 같은 말도 그 앞에 붙은 조건이나 직후의 정정에 따라 뜻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적법하게 확보한 녹음의 제출 준비를 다룬다.
가령 “정산해 보고 네 말이 맞으면 갚겠다”는 대화 중 끝의 두 단어만 재생하면, 이미 채무를 인정한 발언처럼 들릴 수 있다. 원파일이 있으면 조건을 포함해 다시 들어 볼 수 있지만 편집본만 있으면 무엇이 생략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상대방이 발췌의 정확성을 다툴 때도 대화 전체와 해당 구간을 연결할 필요가 있다.
민사소송규칙 제121조는 녹음된 사람과 녹음한 사람, 녹음 일시 · 장소를 밝혀 증거조사를 신청하도록 한다. 조사는 녹음을 재생해 검증하는 방법으로 하며, 법원이 명하거나 상대방이 요구하면 녹취서 등 내용을 설명하는 서면을 제출해야 한다. 녹취서에 적힌 문장만으로 음성의 전체 맥락을 대신한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발췌본을 만들 때는 원파일을 별도로 보존하고, 발췌 시작과 끝이 원파일의 몇 분 몇 초인지 적는다. 녹취서에서도 화자와 들리지 않는 구간을 구별하고,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채우지 않는다. 통화 파일이 여러 개라면 파일명과 녹음 시각을 함께 적어 다른 날의 대화를 한 대화처럼 연결하는 오류를 막아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202조에 따른 사실 판단에는 다른 증거와 변론 전체도 함께 고려된다. 발언 당시의 정산표나 대화 직후 보낸 메시지를 나란히 보면 무엇을 갚겠다는 말이었는지 설명할 수 있다. 재생 위치와 관련 문서를 제시해 특정 약정에 관한 발언임을 보여 주는 것이, 유리한 한 문장을 거듭 인용하는 것보다 쟁점을 정확하게 전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