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등기부에 이름이 오르지 않은 매수인과 전세계약을 맺고 입주했는데, 뒤늦게 매매계약이 깨졌다는 통지가 왔다. 새 소유자가 집을 비우라고 하면 세입자는 나가야 할까. 매수인에게 집을 빌려줄 권한이 있었고 인도와 전입신고로 대항력이 생긴 뒤 매매계약이 해제됐다면, 세입자는 새 소유자에게도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다.
매수인의 임대권한을 살핀 사례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3다201218 판결의 사례다. 이 사건의 분양계약에는 잔금일 전에 임대가 이뤄지면 세입자가 들어오는 때에 잔금을 치르고 등기를 넘기기로 한 약정이 있었다. 세입자는 매수인과 임대차계약을 맺고 입주해 전입신고를 했고, 그 뒤 매도인 쪽에서 분양계약 해제와 퇴거를 요구했다. 대법원은 매수인에게 임대권한이 있었고 매매계약에 따라 집을 넘겨받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세입자가 새 소유자에게 임차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본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항력 취득 뒤 매매 해제
매매계약의 이행으로 집을 넘겨받아 적법한 임대권한이 있던 매수인에게서 주택을 빌리고, 인도와 전입신고로 대항력이 생긴 뒤 매매계약이 해제됐다면 임차인은 새 소유자에게도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은 집을 인도받고 전입신고를 마친 다음 날부터 제삼자에게 임대차를 주장할 수 있도록 한다. 민법 제548조 제1항 단서는 계약을 해제해도 제삼자의 권리를 해칠 수 없다고 정하며, 대법원은 위 요건을 갖춘 세입자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봤다.
인도 · 전입 · 해제 통지의 선후
등기부의 소유자와 계약 상대가 다르면, 매매계약서에 임대를 허용하는 내용이 있는지와 실제로 매수인이 집을 넘겨받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분쟁이 생기면 인도 자료와 주민등록초본을 확보하고 해제 통지가 도달한 시점과 대조한다. 인도·전입을 마친 날 해제 통지도 도달했다면, 이 판결과 시간관계가 달라 결과를 그대로 단정하기 어렵다. 매매계약서에 매수인으로 적혔다는 사실만으로 임대권한까지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