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지체 중 무과실 사고도 배상해야 할까

설명용 가상 사례다. 갑이 을에게 장비를 넘겨야 하는데 이행을 지체하던 중 갑의 창고가 침수되어 장비가 손상되었다. 갑이 이행지체 상태였다는 점에는 다툼이 없다고 가정한다. 갑은 침수에 자기 과실이 없으니 손해를 배상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이때는 사고에 관한 과실과 이행지체 중의 손해 규칙을 구별해야 한다.

민법 제392조 본문은 채무자가 자기에게 과실이 없어도 이행지체 중에 생긴 손해를 배상하도록 한다. 따라서 재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이나 사고 방지에 잘못이 없었다는 설명만으로 책임이 모두 배제되지는 않는다. 약정한 이행과 실제 지체 상태, 그 기간에 발생한 손해를 연결하여 보아야 한다.

다만 같은 조 단서는 이행기에 이행했더라도 손해를 면할 수 없었을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정한다. 갑이 예정대로 장비를 넘겼어도 같은 손해가 생겼을 것인지가 별도의 판단이다. 단순히 넓은 지역에 비가 왔다는 말과 해당 장비의 손해를 제때 이행해도 피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같지 않다.

이에 따라 실제 침수 경위만 보는 데서 끝내지 않고 정시 인도되었다면 장비가 어디에 어떤 상태로 있었을지 검토할 자료가 필요하다. 인도 장소와 보관 예정, 당시 현장 상태 및 피해 자료가 그 관계를 설명한다. 이 자료를 통해 단서의 조건을 따져야 하며, 막연히 어느 곳도 위험했을 것이라는 주장만으로 결론 내리기 어렵다.

우선 확인할 자료는 계약서의 인도 내용과 이행기, 인도 요청과 답변, 실제 보관 및 사고 기록이다. 계약과 연락 자료는 언제 무엇을 이행해야 했고 어떤 경과로 지체했는지를, 보관과 사고 기록은 지체 중 어떤 손해가 생겼는지를 보여 준다. 수리 내역과 장비 상태 자료는 배상 대상으로 주장하는 손해의 범위를 확인하는 데 쓴다.

이 글은 이미 이행지체가 인정되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단지 약속한 날짜가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경우에 이행지체라고 확정해서는 안 된다.

카카오톡 채널 상담하기
카카오톡 채널 친구추가
링크가 복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