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이 있는 아들이 아버지의 집을 어머니 혼자 받도록 협의했다고 하자. 아들의 채권자가 그 협의를 취소해 달라고 하면, 어머니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정을 알았는지도 쟁점이 된다. 부산지방법원 2017년 3월 16일 선고 2016가단339623 판결은 집을 받은 어머니의 선의를 인정해 채권자의 청구를 기각한 사례다.
이 사건에서는 아버지가 사망한 뒤 배우자와 네 자녀가 상속재산을 나눴고, 아파트는 어머니 명의가 됐다. 아들에게 돈을 받을 채권자는 아들의 법정상속분인 2/11을 어머니에게 넘긴 것이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라며 협의 취소와 금전 배상을 청구했다.
법원은 오랜 혼인과 실제 재산 형성 과정을 살폈다. 어머니는 고인과 장기간 같은 주소에서 살았고, 고인이 뇌출혈로 쓰러진 뒤 병간호를 하며 가계를 꾸렸다. 아파트 취득과 유지에도 적지 않게 기여했다. 협의 뒤에는 자기 명의로 새 대출을 받아 고인 명의의 대출 잔액을 모두 갚았다.
아들의 재정상태를 어머니가 잘 알 수 있었는지도 따로 봤다. 법원은 이를 뒷받침할 뚜렷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채권액과 담보채무를 고려한 지분 가치 등도 함께 검토했다. 단순히 어머니가 몰랐다고 말했기 때문에 청구를 기각한 것은 아니다.
민법 제406조 제1항은 재산을 받은 사람이 그 행위 당시 채권자를 해함을 알지 못했다면 취소할 수 없다고 정한다. 이 사건의 핵심도 그 단서였다. 배우자에게 집을 모아 주는 분할협의라면 언제나 취소 대상에서 빠진다는 판결로 읽어서는 안 된다.
비슷한 소송을 받았다면 장기간의 거주 자료, 취득자금과 대출 상환내역, 간병과 생계비 부담 자료를 확인해야 한다. 가족관계만 설명하는 데 그치지 말고, 실제로 재산을 형성한 경위와 채무자의 재정상태를 알 수 있었던 사정을 나누어 정리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