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집을 혼자 받은 사람이 채권자의 사해행위취소 소송을 당했다. 부모 병원비를 많이 냈으니 다른 상속인의 몫은 없었다고 항변하면 될까. 특별한 기여의 존재와, 그 기여분이 협의나 가정법원 심판으로 정해졌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한다.
대법원은 2014년 1월 23일 선고한 2012다55631 판결에서 수익자의 기여분 주장을 배척한 원심을 유지했다. 가정법원 심판이 있었다는 자료가 없고, 공동상속인의 협의로 기여분이 산정됐다는 증거도 부족했다. 민사소송에서 기여가 컸다고 주장한 것만으로는 부족했던 것이다.
춘천지방법원도 2026년 3월 25일 선고한 2025나30976 판결에서 같은 구별을 적용했다. 재산을 받은 상속인은 병원비와 요양비로 8천만 원 넘게 부담했고 기여분을 인정해 분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비용 부담의 증거뿐 아니라 기여분 산정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나 협의의 증거도 부족하다고 보았다.
법원은 공동상속인의 협의나 가정법원 심판으로 기여분이 정해지기 전에는 자신의 기여분을 공제하라는 항변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기준은 상속재산 분할협의의 수익자가 사해행위가 아니라고 다투는 경우에도 적용됐다. 민법 제1008조의2가 정한 기여분 산정 절차와 연결되는 문제다.
그렇다고 합의서에 기여분이라는 말만 넣으면 채권자취소를 모두 막는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기여와 협의의 존재 및 내용이 자료로 뒷받침되는지, 그 협의가 어떤 몫을 정했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기여분 자체의 요건과 사해행위의 다른 요건도 남는다.
병원비 이체자료와 간병기록, 분할협의서 및 협의 경위를 보여 주는 자료를 나누어 준비하자. 비용을 냈다는 증명은 기여분을 얼마로 정했다는 증명과 같지 않다. 이미 민사소송이 시작됐다면 가정법원에서 어떤 판단을 받았는지까지 확인해, 정해진 기여분을 설명하는 것인지 처음 산정을 요구하는 것인지 구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