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적의 아버지가 사망했고 자녀 중 한 사람이 외국 국적이라면, 그 자녀에게만 외국법에 따라 상속포기를 시키면 될까. 상속인의 국적과 상속에 적용할 법을 정하는 기준을 먼저 구별해야 한다. 외국 국적 가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적용법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국제사법 제77조 제1항의 출발점은 사망 당시 피상속인의 본국법이다. 기준이 되는 사람은 재산을 남긴 고인이다. 상속인 중 누가 어느 나라 여권을 가졌는지부터 상속의 준거법을 고르는 방식과 다르다. 고인이 사망 당시 어느 국적이었는지 확인할 자료가 필요하다.
다만 같은 조 제2항에는 법을 지정하는 경우가 있다. 피상속인이 유언에 적용되는 방식으로 명시적으로 지정해야 하며, 아무 나라 법이나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는 규정은 아니다. 실제 유언의 존재와 지정 문구를 보지 않고 가족의 기억만으로 지정이 있었다고 처리할 수는 없다.
지정 가능한 법 중 하나는 지정 당시 피상속인의 일상거소지법이다. 이 지정은 사망할 때까지 그 국가에 일상거소를 유지한 경우에만 효력이 있다. 유학이나 일시 체류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이 조건을 충족했다고 단정할 일은 아니다. 부동산 상속에는 그 부동산 소재지법을 지정하는 경우도 규정한다.
이 조문은 상속에 적용할 법을 정하는 기준이다. 외국법이 정해졌다고 한국의 가정법원 접수 가능성이나 필요한 인증서류까지 한꺼번에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국내 부동산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상속에 한국 민법의 3개월을 그대로 적용해서도 안 된다. 관할과 구체적 신고 절차는 따로 확인해야 한다.
고인의 사망 당시 국적 자료, 유언 원본과 법 지정 내용, 일상거소가 이어진 경위 및 부동산 소재지를 정리하자. 적용법을 확인한 다음 그 법에서 상속의 승인 · 포기를 어떻게 다루는지 살필 순서다. 이 글은 특정 외국의 신고기한이나 반정 등 국제사법의 다른 적용 문제까지 판단하는 안내는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