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을 만들려던 사람이 명칭이나 이사 선임 방법을 정하지 못한 채 사망했다면, 남은 사람들이 편의대로 채워 넣어도 되는지부터 구분해야 한다. 민법 제44조는 재단법인 설립자가 명칭, 사무소 소재지 또는 이사 임면 방법을 정하지 않고 사망한 경우 이해관계인이나 검사의 청구로 법원이 이를 정하도록 한다. 모든 정관 누락을 같은 방식으로 보충한다는 규정은 아니다.
정관 작성의 출발점은 민법 제43조다. 설립자는 일정한 재산을 출연하고 제40조 제1호부터 제5호까지의 사항을 적은 정관을 작성해 기명날인해야 한다. 그 사항은 목적, 명칭, 사무소 소재지, 자산에 관한 규정, 이사의 임면에 관한 규정이다. 제44조가 보충 대상으로 열거한 사항과 처음 정관에 있어야 할 사항 전체는 범위가 같지 않다. 목적이나 출연재산에 관한 문제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조문이 모두 해결해 준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가상의 사례로, 설립자가 재산과 설립 목적에 관한 자료는 남겼지만 이사를 어떻게 선임하고 해임할지 정하지 않았다고 하자. 우선 남긴 정관과 관련 문서 전체를 읽고 실제로 그 방법을 정하지 않은 것인지 확인한다. 정관 조항이 있는데 그 뜻이 불분명한 문제와 아예 정하지 않은 문제를 섞지 않는다. 사망 자료는 제44조가 전제로 하는 설립자의 사망을, 정관과 출연 관련 문서는 남겨진 내용과 보충을 구하는 부분을 보여 준다.
청구 주체가 될 이해관계인이라면 재단 설립과 자신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도 설명할 자료가 필요하다. 단순히 관심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누구나 정관을 대신 정할 권한을 갖는 구조는 아니다. 법원이 정할 사항과 이미 설립자가 정한 사항을 분리해 신청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 절차는 설립자 사망 뒤 특정한 정관 공백을 메우는 제도이므로 법원 결정 하나로 설립허가나 등기 등 나머지 설립 절차까지 모두 끝났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먼저 실제 누락 내용이 제44조의 대상인지 확인하는 것이 순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