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상 법인을 청산하다가 재산으로 빚을 모두 갚기 어렵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면, 남은 돈을 나누어 주고 청산종결만 서둘러서는 안 된다. 민법 제93조 제1항은 청산 중 법인의 재산이 채무를 완제하기에 부족한 것이 분명해지면 청산인이 지체 없이 파산선고를 신청하고 이를 공고하도록 한다. 청산을 시작했다는 이유로 이 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상의 사단법인에서 청산 초기에 예상하지 못한 채무가 확인돼 전체 채무를 갚을 재산이 부족해졌다고 하자. 조문이 정한 기준은 단지 계좌에 당장 현금이 적다는 사정이 아니라 법인의 재산으로 채무를 완제할 수 없는 것이 분명한 상태다. 아직 회수할 채권과 처분할 재산이 있다면 그 존재와 상태도 검토해야 한다. 반대로 장부에 자산이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족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재산목록과 재산별 증빙은 법인에 무엇이 남았는지, 채권의 회수 자료는 받을 돈의 상태가 어떠한지 보여 준다. 신고된 채권과 이미 알고 있던 채무 자료는 갚아야 할 전체 범위를 확인하는 데 쓴다. 이 자료를 같은 기준으로 대조해야 언제 부족이 분명해졌는지를 설명할 수 있다. 채권자마다 따로 받은 독촉장만 보고 지급 순서를 정하는 일과 전체 재산 부족을 판단하는 일은 구별해야 한다.
파산선고 신청뿐 아니라 공고도 필요하다. 제93조 제3항은 제88조 제3항을 준용하므로 그 공고는 법원의 등기사항 공고와 같은 방법으로 해야 한다. 내부 회의에 보고하거나 일부 채권자에게 연락한 것으로 법정 공고까지 했다고 처리해서는 안 된다. 또 제93조 제2항은 청산인이 파산관재인에게 사무를 인계함으로써 임무가 끝난다고 정한다. 신청서를 접수했다는 이유만으로 청산 업무를 모두 놓지 말고, 남은 재산과 채무 및 처리 기록을 정리해 관재인에게 인계하는 단계까지 확인해야 한다. 구체적인 파산절차는 별도 검토하되 재산 부족이 분명해진 시점을 방치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