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내가 소송에 이기는 것은 아니다. 민사소송법 제349조는 당사자가 해당 명령에 따르지 않을 때 법원이 문서의 기재에 대한 상대방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정한다. 무엇을 진실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이 제도의 범위를 가른다.
가령 거래처가 정산표를 내지 않는 사건에서 그 표에 특정 반품액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 문제 되는 대상은 그 문서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었는지다. 상대방이 문서를 안 냈다는 사정만으로 계약 체결, 물건 인도, 모든 손해액까지 자동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하면 조문의 효과를 지나치게 넓히게 된다.
또한 제349조는 단순한 자료 요청이 아니라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 따르지 않은 경우를 정한다. 이메일로 장부를 보내 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한 상황과, 법원이 특정한 문서를 제출하라고 명했는데도 따르지 않은 상황을 구별해야 한다. 명령의 상대방과 제출하도록 한 문서의 범위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문서가 제출되지 않았다면 신청한 사실과 그 문서의 기재에 관한 주장을 다시 대조한다. 그 문서가 제출됐다면 어떤 내용을 통해 어느 사실을 증명하려 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문서의 특정이나 증명할 사실이 흐린 상태에서 불응 사실만 강조하면 법원이 판단해야 할 내용도 분명해지지 않는다.
제349조는 법원이 인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므로, 불응을 이유로 한 평가를 법원이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제출명령과 송달·제출 경과를 확인하고, 다른 계약서나 정산 내역으로도 드러나는 연결 사실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글은 소송 당사자의 불응을 다룬다. 소송 밖 제삼자의 불응 제재는 별도 규정의 문제이므로 같은 효과로 묶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