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용 가상 사례다. 갑이 을에게 받을 대여금 때문에 가압류를 해 두었지만 해당 재산을 계속 묶어 둘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권리자인 갑의 청구에 따라 가압류가 취소되었다고 가정한다. 갑은 한 번 가압류를 했으니 원래 채권의 소멸시효는 계속 보호된다고 생각한다. 취소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그 생각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민법 제168조는 청구, 압류나 가압류 · 가처분, 승인 등을 소멸시효 중단 사유로 정한다. 그러나 중단 사유의 이름만 확인하고 그 뒤 경과를 생략할 수는 없다. 민법 제175조는 압류 · 가압류 · 가처분이 권리자의 청구에 의하거나 법률의 규정에 따르지 않아 취소되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고 정한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는 갑의 청구로 가압류가 취소되었다는 사실이 결정적이다. 가압류가 존재했던 기록만 제시하며 그 조치의 시효중단 효과가 그대로 남는다고 설명할 수 없다. 취소된 날부터 무조건 새 시효가 시작된다고 정리하는 것도 이 조문의 내용이 아니다. 원래 채권과 관련된 다른 경과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확인할 문서는 가압류 결정과 집행 자료, 취소를 구한 문서와 그에 관한 결정이다. 가압류 자료는 어떤 채권과 재산을 대상으로 한 조치였는지를, 취소 관련 자료는 누가 어떤 이유로 무엇을 취소했는지를 보여 준다. 문서 제목에 취소라는 말이 있어도 해당 가압류 자체에 관한 것인지부터 특정해야 한다.
원래 대여금 계약서와 지급기일, 별도의 소송이나 지급 관련 기록도 시간순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는 가압류 취소 후에도 다른 중단 사유가 있는지, 원래 시효를 어떤 근거와 기간으로 검토해야 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자료다. 다른 절차가 있었다는 말만으로 중단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각 절차의 요건과 처리 결과를 따로 대조해야 한다.
제175조를 이유로 모든 취소 사건에 같은 결론이 난다고 확대해서도 안 된다. 취소 사유가 조문이 정한 경우인지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