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상 법인을 설립할 때 만든 재산목록을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고 해서 이후의 작성 의무까지 마친 것은 아니다. 민법 제55조 제1항은 법인이 성립한 때와 매년 3월 안에 재산목록을 작성해 사무소에 비치하도록 한다. 다만 사업연도를 정한 법인은 성립한 때와 그 연도 말에 작성해야 한다. 설립 시 한 번 제출했던 목록과 해마다 작성할 목록을 구분해야 한다.
가상의 비영리법인이 사업연도를 따로 정했는데 설립등기에 쓴 오래된 재산목록만 보관하고 있다고 하자. 설립 당시 재산을 증명하는 서류가 있다는 사실은 그 뒤 연도 말의 작성 의무를 대신하지 않는다. 반대로 모든 법인의 작성 시기를 무조건 매년 3월로 정해 두는 것도 조문의 예외와 맞지 않는다. 정관 등 사업연도에 관한 자료를 먼저 읽고 이 법인이 어느 기준에 해당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재산목록은 작성 사실뿐 아니라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어떤 재산을 정리한 자료인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설립 당시 출연 자료는 처음 법인에 들어올 재산을, 계좌와 부동산 등 재산별 자료는 목록에 반영할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데 쓰인다. 목록의 작성 시점과 바탕 자료의 기준일이 서로 다르다면 그 이유를 살펴야 한다. 과거 목록의 날짜만 고치거나 계좌 잔액 한 장만 보관하는 것으로 해당 시기의 재산목록을 작성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조문은 작성한 목록을 사무소에 비치하도록 한다. 관청이나 등기소에 한 번 냈다는 기록과 법인 사무소에 필요한 목록을 갖추어 둔 상태는 별개의 확인이다. 담당자를 바꿀 때에는 설립 시 목록과 연도별 목록, 각 목록의 기초 자료를 구분해 인계하는 편이 내용 대조에 도움이 된다. 이 글은 민법상 작성 · 비치 의무를 설명하며 소관 관청의 별도 보고 의무를 모두 대신하는 안내가 아니다. 우선 법인 성립 시기와 사업연도를 확인하고, 적용되는 작성 시기에 맞는 목록이 실제로 사무소에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