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성이 부정된 임원들의 퇴직연금채권을 압류한 추심채권자는 제3채무자가 낸 진술서에 주목했다. 그 서류에서 채권의 존재를 인정했으니 채무를 승인했거나 이미 완성된 시효의 이익을 포기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문서에 채권이 있다고 적힌 사실이 시효 문제를 해결해 주는지가 다퉈졌다.
서울남부지방법원 2024. 10. 17. 선고 2022가단258198 판결은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제3채무자 진술서는 집행법원의 진술최고에 대해 채권 인정 여부와 지급 의사 등을 답하는 문서라고 보았다. 채권자에게 하는 채무 승인의 의사표시와는 대상과 성격이 달랐다.
따라서 진술서에서 퇴직연금채권이 있다고 인정한 사정만으로 채무 승인이나 시효이익 포기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청구는 기각됐고 항소도 기각돼 확정됐다. 다만 이는 하급심 판단이며 같은 쟁점의 대법원 판결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은 진술서가 거짓이었다거나 정보로서 의미가 없다는 결론과 다르다. 제3채무자가 어떤 채무를 인정하는지 확인하는 자료가 될 수는 있어도, 그 답변만으로 시효나 지급의무에 관한 모든 다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 상대방에게 어떤 뜻으로 한 말인지를 봐야 했다.
또한 진술서 밖에 별도의 채무 승인이나 시효이익 포기를 인정할 행동이 있는 경우까지 부정한 사건은 아니다. 판결에서 배척한 것은 해당 진술서 기재만으로 효과가 생겼다는 주장이었다. 다른 자료가 있다면 그 시점과 내용은 따로 검토해야 한다.
진술서를 받은 채권자는 채무가 있다는 답변에서 멈추지 말고 해당 채권의 발생일과 지급기, 시효 관련 경과와 다른 지급 거절 사유를 확인한다. 제3채무자도 법원에 낸 답변과 당사자에게 직접 한 약속을 구분해 정리해야 한다. 채권의 존재를 인정하는 문장과 시효에 관한 법률효과를 같은 것으로 취급하기 어려웠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