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저당권 말소를 구하는 소송에서 설정 당시 실제 담보할 채권이 없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원심은 등기가 마쳐졌으므로 적법한 등기로 추정되고, 말소를 요구하는 쪽이 채권이 생기는 법률행위가 없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고 보았다.
대법원 2025. 9. 4. 선고 2024다306721 판결은 그 증명책임 판단이 잘못됐다고 했다.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합의와 그 담보가 되는 채권을 성립시키는 거래는 구분된다. 등기만 마쳤다는 이유로 실제 채권의 발생 원인까지 증명된 것으로 볼 수는 없었다.
이 사건에서는 분쟁 무렵 명의수탁자가 배우자와 자신이 사내이사인 회사 앞으로 근저당을 설정한 사정도 있었다. 하지만 가족이나 관련 회사라는 이유만으로 등기를 무효로 정한 것은 아니다. 누가 어떤 거래를 근거로 채권이 생겼다고 주장하는지, 그 거래가 증명됐는지가 문제였다.
같은 원칙은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다107408 판결에서도 확인된다. 강제집행을 피하려고 원인 없는 근저당을 설정한 사안에서, 그 근저당부 채권을 압류한 사람의 보호가 다퉈졌다. 대법원은 담보할 채권을 생기게 하는 법률행위가 없다면 근저당부 채권에 대한 압류도 유효할 수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근저당 등기가 있으면 돈을 빌려준 사실까지 추정된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반대로 등기 때 실제 송금이 없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모든 근저당을 무효라고 할 수도 없다. 무엇을 담보하기로 했고 그 채권이 어떤 원인으로 성립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분쟁을 준비한다면 등기부와 설정계약서에 더해 차용약정, 지급 내역 등 주장하는 채권의 발생 자료를 모은다. 원금과 담보 범위를 표시한 문서가 실제 거래 경과와 맞는지도 살펴야 한다. 이 판결은 형식상 등기가 존재한다는 사정과 실체적으로 담보할 채권이 있다는 판단을 구별해야 함을 보여 준다. 말소를 청구당한 근저당권자도 등기부만 제출하는 것으로 답변을 마칠 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