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합의한 근저당인데도 허위 등기로 형사책임을 물은 이유

실제 채권 · 채무가 없는데 채무가 있는 것처럼 꾸미고 그 담보 명목으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했다. 원심은 당사자들이 근저당을 설정하기로 합의했으므로 등기 자체가 거짓은 아니라며 무죄로 판단했다. 설정 합의가 실제 채권의 부재를 메울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대법원 2017. 2. 15. 선고 2014도2415 판결은 그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 채권이 없는데 허위 채무를 가장해 근저당을 등기했다면 등기공무원에게 허위신고를 해 불실 사실을 기재하게 한 것이라고 보았다. 당사자 사이 설정 합의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불실기재와 행사죄가 부정되지는 않았다.

후속 하급심에서는 거액의 증여계약을 피담보채권으로 삼은 근저당이 문제 됐다. 소송 패소 위기에 재산을 지키려고 했다는 사정, 증여 경위를 뒷받침할 객관적 자료가 없는 점, 증여자의 신용상태, 상대방이 증여금 지급을 청구하지 않은 점 등을 살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2025. 1. 16. 선고 2023노1312 판결은 이를 통정한 허위 증여로 보고 불실기재와 행사죄를 인정했다. 설정에 관한 물권적 합의는 있었다는 주장도 배척했다. 다만 이 하급심 판결의 확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두 사건은 재산을 지키려는 목적이 있으면 모든 근저당이 곧바로 범죄가 된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어떤 채권이 성립했고 그것을 담보한 것인지가 핵심이다. 반대로 차용 대신 증여라고 문서 제목만 바꾸면 문제가 해소된다는 근거도 없다. 문서의 명칭과 실제 의사 · 이행 경과가 일치해야 한다.

근저당 설정을 검토할 때는 담보할 채권의 발생 원인을 먼저 확인한다. 등기가 접수됐다는 사실은 실제 채권의 존재나 진정성에 대한 판단을 대신하지 못한다. 등기 목적을 맞추려고 없던 채권을 꾸미는 방식이라면 민사상 효력 문제에 더해 형사책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 사건들에서 확인된 범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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