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금 승소판결이 2004년 12월 확정된 채권자가 2014년 11월 같은 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다시 냈다. 채무자는 파산 면책을 주장했고 채권자는 알고도 채권자목록에서 빠뜨린 채권이라고 맞섰다. 시효를 잇기 위한 소송에서 채권 자체에 관한 다툼이 다시 벌어졌다.
대법원 2018. 10. 18. 선고 2015다232316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사건의 이행소송을 허용하고 상고를 기각했다. 이미 이긴 판결과 같은 청구를 반복하는 소송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확정판결 채권의 10년 시효가 임박한 경우 시효중단을 위한 이행소송은 예외적으로 이익이 있다고 보았다.
동시에 다수의견은 다른 형태의 소송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존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시효중단을 위한 재판상 청구가 있다는 점만 확인하는 새로운 방식의 확인소송이다. 채권자는 목적과 필요에 따라 이를 선택할 수 있다.
그 소송에서는 채권의 존부와 범위를 다시 심리하지 않는다. 전소 판결이 확정됐다는 사실과 시효중단을 위해 소를 제기했다는 사실을 판결 사본과 확정증명서 등으로 증명한다. 같은 돈을 지급하라는 새 집행권원도 추가로 생기지 않는다. 반면 채무자는 전소 뒤 변제 등 사유가 있으면 별도로 청구이의 소송에서 다툴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채권자가 실제 낸 것은 확인소송이 아니라 이행소송이었다. 법원이 그 소송을 자동으로 확인소송으로 바꾼 것도 아니다. 새로운 확인소송은 시효 임박이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불필요한 단기간 반복은 소권 남용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판결 채권을 관리한다면 확정일과 변제 내역, 기존 압류 등 시효 관련 경과를 먼저 확인한다. 민법 제165조 제1항의 10년이라는 숫자만 보고 모든 사건을 같은 날짜로 계산해서는 곤란하다. 새 지급판결이 필요한지, 기존 판결을 두고 시효중단만 구할지 선택에 따라 소송에서 다툴 내용도 달라진다는 것이 이 판결이 제시한 실무상 구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