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을 대신 낸 뒤 청구하는 돈이 언제나 조세채권과 같은 비면책채권이 되는 것은 아니다. 원래 세금의 성격만 볼 것이 아니라 실제 청구권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한다. 납세보증보험사가 보험계약에 따른 구상권을 행사한 사례에서 이 차이가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8. 22. 선고 2018나79591 판결에서는 상속세 연부연납을 위한 보증보험계약이 문제 됐다. 보험사는 세금 미납으로 보험금을 지급한 뒤 계약상 구상금 판결을 받았고, 시효연장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채무자는 그 사이 파산면책이 확정됐다고 항변했다.
보험사는 원래 세금이므로 비면책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구상권과 변제자대위권은 내용이 다른 별개의 권리라고 보았다. 보험사가 조세채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었더라도 종전 소송에서 행사해 판결받은 권리는 보험계약상 구상권이었으므로, 그 판결의 채권을 조세채권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제1호는 조세를 비면책으로 정한다. 이 사례는 세금 대신 지급한 돈이라는 출발점만으로 모든 후속 구상금에도 조세의 성격이 붙는 것은 아니라는 구별을 보여 준다. 법원은 면책확정으로 책임이 면제된 그 구상금에 관한 소를 부적법하다고 보아 제1심 각하를 유지했다.
납세보증보험계약, 보험금 지급과 구상약정, 종전 판결의 청구원인 및 면책확정 시점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 판결은 가족이 세금을 대신 낸 사안을 판단한 것은 아니며, 보험사가 원래 조세채권 자체를 대위행사했다면 어떻게 되는지까지 확정하지도 않았다. 누가 대신 냈는지와 어떤 권리로 돌려달라고 하는지를 구별하자. 단순 대납, 계약상 구상과 조세채권 대위를 하나의 ‘세금 빚’으로 묶으면 면책 범위를 잘못 판단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