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보험의 사망보험금을 여러 유족이 받을 때, 한 사람이 받을 권리를 포기했다고 그 몫이 나머지 유족에게 저절로 넘어가지는 않는다. 상속재산의 분배와 각 보험수익자가 취득한 고유한 보험금청구권을 구별해야 한다.
회사가 가입한 단체보험에서 근로자가 사망하자 유족들이 보험금을 청구했다. 회사는 자신을 수익자로 지정했지만 근로자의 서면 동의를 받지 않았다. 단체협약에도 회사가 수익자가 된다는 명확한 내용이 없어 그 지정은 무효였고, 다른 적법한 지정 전에 사망한 근로자의 상속인들이 수익자가 됐다.
이후 수익자 중 한 사람이 사건과 관련한 모든 상속권을 포기한다는 성명서를 냈다. 원심은 그 사람이 보험금 권리를 포기했으므로 나머지 유족들이 전액을 받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020년 2월 6일 선고한 2017다215728 판결에서 이 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속인이 수익자로 취득한 보험금청구권은 고인의 재산을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보험계약의 효력으로 생긴 고유재산이다. 단체보험에서 상속인이 수익자가 되는 경우도 같다. 따라서 한 수익자의 단순한 권리 포기만으로 다른 수익자의 권리가 늘어난다고 볼 수 없었다.
다만 대법원은 성명서의 의미가 단순한 포기인지도 확정하지 않았다. 서류를 낸 경위와 진정한 의사를 더 살펴 효과를 정하도록 보험회사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성명서에 상속권 포기라고 쓰여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원에 하는 상속포기와 같은 효과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단체보험 계약서, 수익자 지정 자료, 단체협약과 근로자 동의서, 유족이 쓴 합의서 원문을 함께 봐야 한다. 누가 수익자인지와 다른 유족의 문서가 어떤 권리를 어떻게 정리한 것인지는 순서대로 확인할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