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용 가상 사례다. 갑이 을에게 빚을 지고 있는데 친구 병이 대신 갚겠다고 나섰다. 갑은 병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다며 반대한다. 을이 돈만 받으면 언제나 변제가 끝나는지, 갑의 반대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민법의 제삼자 변제 규정을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민법 제469조 제1항은 채무의 변제를 제삼자도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채무자 본인이 송금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변제가 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채무의 성질이나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삼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 때에는 예외다. 금전 지급인지 특정한 사람이 직접 수행해야 하는 일인지, 계약에서 누가 이행하도록 정했는지가 먼저 문제된다.
같은 조 제2항은 이해관계 없는 제삼자가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변제하지 못한다고 정한다. 따라서 병이 돈을 마련했다는 사실과 병에게 법적으로 어떤 이해관계가 있는지는 별개의 검토 항목이다. 갑의 반대 의사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반대로 이 규정을 채무자가 반대하면 모든 제삼자의 변제가 무조건 금지된다는 말로 바꾸어서도 안 된다. 제2항이 대상으로 삼는 사람은 이해관계 없는 제삼자다. 병의 지위와 관련된 계약이나 담보 자료가 있다면 그 내용을 대조해야 한다.
확인 자료는 원래 채무의 계약서, 제삼자 이행에 관한 특약, 병의 지위를 설명하는 문서, 갑의 반대 의사와 전달 자료다. 계약서는 채무 내용과 제삼자 이행 제한을, 지위 자료는 병의 이해관계 검토 근거를, 통지 자료는 갑의 의사가 무엇이었는지를 보여 준다. 송금할 채무의 원금과 지급 대상도 명확히 특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신 지급할 수 있는지와 지급한 뒤 갑에게 얼마를 돌려달라고 할 수 있는지는 다른 질문이다. 제469조만으로 구상권이나 채권자의 담보권이 병에게 모두 넘어간다고 설명할 수는 없다. 병은 먼저 제삼자 변제가 허용되는 상황인지 확인하고, 지급 이후의 정산이나 권리 이전은 그에 맞는 근거로 따로 정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