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회사가 한국의 거래상대방에게 여성용 바지 대금을 청구했다. 한국 쪽은 물품매매가 중간자를 통해 합의해제되었거나 하자를 이유로 해제되었다고 다퉜다. 국제매매에 적용되는 협약이 있다는 점과 별개로, 그 중간자가 계약을 해제할 권한을 받은 사람이었는지가 중요했다.
대법원은 2024. 3. 12. 선고 2023다288772 판결에서 물품대금 지급을 인정한 원심의 결론을 유지했다. 한중 당사자 사이의 물품매매에는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국제연합 협약이 우선 적용되지만, 협약이 대리권의 수여나 범위까지 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리관계는 우리 국제사법에 따라 정해지는 준거법으로 따로 판단해야 한다.
원심은 중국법을 보충적 준거법으로 삼아 중간자의 지위를 살폈다. 그가 중국 회사의 직원이라고 볼 수 없고, 양쪽 당사자로부터 합의해제나 협약상 해제권 행사에 관한 대리권을 받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 설명에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계약이 중간자를 통해 해제되지 않았다는 결론은 정당하다고 보았다.
한국 쪽이 직접 해제 의사를 표시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바지를 받은 뒤 30일 무렵까지 하자를 주장하면서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의사를 상대방에게 직접 전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한 점 등이 고려되었다. 이 사건의 30일을 모든 국제매매에 통하는 일률적 해제기한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해외 거래에서 중개인과 연락했다는 사실만으로 계약 상대방에게 유효한 통지가 도달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계약서의 준거법 약정과 당사자의 영업소, 중간자의 위임장과 실제 권한, 누구에게 어떤 내용으로 통지했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 판결은 개별 물품매매의 대리권과 해제에 관한 사건이므로 독점판매 기본계약 전체에 같은 협약이 적용된다는 근거로 넓혀 쓸 수는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