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포기를 생각하면서 고인의 유품을 가족끼리 나누려 한다. 유산을 처분하면 단순승인이 된다는 말 때문에 어떤 물건도 손대지 못하는지 궁금할 수 있다. 유품이라는 이름만으로 전부 같은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실제 행위와 경제적 가치를 구별해 보아야 한다.
민법 제1026조 제1호는 상속인이 상속재산에 대해 처분행위를 한 때 단순승인한 것으로 본다고 정한다. 『주석 민법 상속』 제6판의 해당 조문 해설은 처분을 관리와 대립되는 개념으로 설명하며, 재산의 현상이나 성질을 바꾸는 사실행위와 법률행위를 모두 포함한다고 본다. 단지 가족에게 준 것이니 처분이 아니라는 기준은 아니다.
그러나 같은 해설은 경제적 가치가 별로 없는 유품을 유족이나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나눠 갖는 행위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스스로 나눠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제1호의 처분이라고 정리하지 않는 것이다. 이 설명은 문헌의 입장이며, 모든 유품에 관한 직접 판결을 소개한 것은 아니다.
여기서는 경제적 가치가 별로 없다는 조건을 빼서는 안 된다. 고인이 쓰던 물건이거나 가족에게 추억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조건을 충족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위 해설은 얼마 이하의 물건이면 된다는 정액표도 아니다. 유품이라는 호칭만 적은 목록으로 가치와 분배 경위를 대신 설명하지 말아야 한다.
나눌 물건의 종류와 상태, 실제 가치에 관한 자료, 누가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넘겼는지를 정리하자. 재산을 매도하거나 그 대금을 나눠 쓴 행위까지 모두 같은 예외라고 확대할 수는 없다.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 경우와 다른 사람에게 넘긴 경우도 구별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포기 전에 한 행위가 제1호의 처분인지에 관한 것이다. 포기 뒤 재산을 숨기거나 부정소비하는 문제와, 포기 뒤에도 남는 관리의무까지 이 설명으로 없앨 수는 없다. 나눈 유품은 모두 안전하다고 단정하지 말고 실제 가치와 행위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