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준 보증금, 상속포기로 끝날까

세입자가 보증금을 아버지에게 줬으므로, 아버지 상속을 포기한 자녀에게는 반환을 청구할 수 없을까. 돈을 실제로 받은 사람과 임대차계약의 당사자가 언제나 같지는 않다. 그 뒤 누가 임대인이 됐고 어느 사람의 채무를 상속했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대법원 2015다59801 판결은 이런 포기 항변을 살폈다. 세입자는 회사와 임대차계약을 맺었다. 아버지 사망 뒤 어머니가 회사로부터 건물 소유권을 취득했고, 세입자는 어머니와 다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어머니도 사망했다.

자녀 한 명은 보증금을 아버지에게 지급했으니 아버지에 대한 상속포기로 책임을 벗어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심은 돈을 아버지에게 지급했더라도 계약 당사자인 회사가 반환채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어머니가 건물 소유권을 취득한 뒤 새 계약을 체결해 그 반환채무를 승계했고, 그 자녀는 어머니의 상속을 포기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상속했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이 판단에 상속포기 법리의 오해 등이 없다고 했다.

민법 제1042조는 상속포기의 효력이 상속개시 때로 소급한다고 정한다. 이 사건은 아버지에 대한 포기 효력을 없앤 것이 아니다. 보증금 수령자만을 보고 그 사람의 채무라고 정할 수 있는지, 실제 청구받은 채무가 어머니에게서 넘어온 것은 아닌지가 문제였다. 아버지 포기심판만 내는 것으로 계약의 당사자와 채무 승계 경로에 관한 다툼까지 해결되지는 않았다.

판결 전체의 결과는 구별해야 한다. 대법원은 공동임대인의 보증금 반환채무를 상속지분대로 나눈 판단은 잘못이라며 일부를 파기환송했다. 포기 항변 배척만으로 원심의 지급액까지 최종 확정됐다고 설명할 수 없다. 당시 계약관계에 관한 판단을 현재 모든 임대차의 책임 범위로 넓혀서도 안 된다.

보증금 지급 자료와 각 계약서의 임대인 표시, 건물 소유권 변동, 새 계약의 체결 경위, 포기심판의 피상속인을 함께 대조하자. 누가 돈을 받았는지만 적기보다 누구의 어떤 계약상 채무가 청구 원인인지를 먼저 가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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