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포기 뒤 대신 갚은 빚, 채권자가 돌려줄까

상속포기가 수리됐지만 가족이 상속받은 부동산의 경매를 끝내려고 다른 상속인 몫까지 빚을 갚았다. 자신은 고인의 빚을 상속받지 않았으니, 받아 간 채권자에게 전액을 돌려달라고 하면 될까. 포기 사실과 지급 경위, 누구의 채무까지 갚았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대구지방법원은 2023년 11월 8일 선고한 2023가단139433 판결에서 이 반환 문제를 판단했다. 지급자는 먼저 상속포기 신고를 수리받았다. 그 뒤 자신과 다른 상속인들에 대한 지급명령이 확정됐고, 고인 소유였던 부동산에 강제경매가 시작됐다.

지급자는 자기 몫으로 청구된 돈뿐 아니라 다른 상속인 몫까지 모두 지급했다. 채권자는 다음 날 경매신청을 취하했다. 이후 지급자가 포기했으므로 갚을 의무가 없었다며 반환을 요구하자, 채권자는 반환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인을 구했다.

법원은 지급 전에 이미 포기가 수리됐고, 다른 상속인들의 채무까지 전부 갚은 경위에 주목했다. 경매 취하를 요청하면서 지급한 것으로 보았으며, 부동산 경매가 진행 중이었다는 사정만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반한 변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채무가 없음을 알고 임의로 갚았거나 다른 상속인들의 채무를 대위변제한 것으로 보아 지급을 유효하다고 했다. 자신의 포기 사실을 몰랐다고 가정해도, 포기한 몫이 다른 상속인들에게 귀속되고 그들의 채무까지 전액 갚은 사정을 함께 본 것이다. 민법 제1043조의 귀속 규정도 이 판단에서 살폈다. 법원은 채권자의 반환채무가 없다는 청구를 인용했다.

이 하급심 사례는 먼저 갚고 나중에 포기한 경우를 판단한 것이 아니다. 모든 경매 압박 아래의 지급이 자발적이라거나, 지급자가 누구에게도 정산을 요구할 수 없다는 뜻으로 넓히지 말아야 한다. 포기 수리일과 지급명령, 경매서류, 취하 요청 및 송금 내역을 맞춰 보자. 원채권자에게 반환을 구하는 문제와 다른 상속인들 사이의 정산 문제를 구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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