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한정승인 뒤 법원이 정한 재산관리 절차를 진행하다가 관리할 재산이 남지 않게 됐다. 통장을 정리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원의 관리명령도 저절로 없어진다고 보아도 될까. 재산이 없어졌다는 사정과 그 사정을 바탕으로 관리 처분을 취소하는 재판은 구별해야 한다.
민법 제1040조에 따라 선임된 공동상속재산관리인의 관리와 보존에는 가사소송규칙 제78조가 제41조부터 제52조를 준용한다. 그중 제50조는 관리할 재산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때, 가정법원이 사건본인 또는 이해관계인의 청구에 의해 그 명한 처분을 취소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재산이 없다는 가족의 판단만으로 취소 재판을 대신하는 구조는 아니다.
먼저 무엇이 남지 않았다는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예금 잔액이 없다는 자료만으로 다른 부동산이나 채권까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최초 목록과 이후 매각 · 회수 · 지급 자료를 대조해 관리 대상이 어떻게 정리됐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법원은 가사소송규칙 제44조에 따라 재산관리인에게 재산 상황의 보고나 관리 계산을 명할 수 있다. 선임 결정과 관리명령, 제출한 보고와 새로 정리한 자료를 함께 읽어야 한다. 취소 청구에 어떤 사실을 적었는지와 별개로, 실제 남은 관리 대상에 관한 법원의 확인을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취소하는 대상은 법원이 명한 재산관리 처분이다. 한정승인 신고의 효력을 없애거나 상속포기로 바꾸는 절차를 뜻하지 않는다. 상속채무가 소멸했다거나 모든 채권자가 변제받았다는 판단도 관리할 재산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도출할 수 없다. 관리 처분의 취소와 남은 채무의 관계를 같은 문제로 처리하지 말아야 한다.
관리인을 바꾸거나 사임하는 경우와도 차이가 있다. 후임이 계속 맡을 재산이 남아 있는 교체 문제인지, 관리할 재산 자체가 없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문제인지부터 정리하자. 법원에 제출한 청구와 내려진 결정에서 취소의 대상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결정문을 재산 정리 자료와 함께 보관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