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승인을 하고 신문공고까지 마쳤는데 재산명시명령이 왔다. 채권자에게 이미 알렸으니 명령 자체를 취소해 달라고 하면 될까. 재산명시신청을 기각할 사유와 상속인이 명시할 재산의 범위는 나누어 살펴야 한다.
대법원은 2016년 1월 19일자 2015마1009 결정에서 두 문제를 구별했다. 채권자는 고인을 상대로 받은 확정판결에 따라 상속인들의 재산명시를 신청했다. 법원이 재산목록 제출을 명하자 상속인들은 한정승인 심판과 신문공고를 이유로 이의했다. 채권자가 상속재산을 쉽게 찾을 수 있으므로 신청을 기각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민사집행법 제62조 제2항은 채무자의 재산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 재산명시신청을 기각하도록 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한정승인 심판을 받고 신문에 공고했다는 사정만으로 상속재산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공고를 했다는 사실과 집행할 재산을 확인할 수 있다는 판단이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원래 명령을 그대로 유지해도 된다고 보지는 않았다. 상속인들이 한정승인을 이유로 이의했으므로, 고인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 범위 안에서 상속재산상태를 명시한 목록을 제출하도록 명령을 변경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의를 기각한 제1심 결정을 유지한 원심은 파기돼 다시 심리하게 됐다.
명령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과 제출할 목록의 대상이 상속재산으로 한정되는 것은 결과가 다르다. 한정승인 심판문만 보관한 채 명령에 대응하지 않아도 된다는 결정이 아니다. 현행 민사집행법 제63조 제1항은 명령을 송달받은 날부터 1주 이내에 이의신청할 수 있도록 하므로, 실제 송달일과 명령 내용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집행권원, 명시명령과 송달자료, 한정승인 심판문 및 공고자료를 함께 준비하자. 이 사례는 한정승인을 이유로 이의한 뒤 명령의 범위를 변경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의하지 않은 채 일반 명령이 확정된 경우나 불출석에 따른 제재까지 같은 결론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