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가족도 포기할 줄 알았다면 상속포기를 취소할 수 있을까

함께 상속을 포기하기로 했는데 나중에 다른 가족이 신고를 취하했다면, 내 포기도 되돌릴 수 있을까. 누구에게 재산이 돌아갈지 잘못 예상했다는 말만으로 결론을 낼 수 없다. 무엇을 믿고 포기했고 이를 확인했는지에 따라 하급심의 판단도 갈렸다.

서울동부지방법원 2018가합109828 판결에서는 이혼한 부모가 사망한 자녀의 상속을 함께 포기하려 했다. 어머니는 남은 딸이 상속받을 것으로 믿었지만 아버지가 신고를 취하해 단독상속등기를 했다. 법원은 오랜 가족관계와 재산 형성 경위 등을 살펴, 어머니가 실제 결과를 알았다면 포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았다.

이 법원은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인 상속포기에서 동기의 착오도 중요부분의 착오라면 취소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문제 된 착오는 재산 규모를 조사하지 않은 데 있지 않았으므로, 재산 조사를 소홀히 했다는 주장만으로 중대한 과실을 인정하지도 않았다. 어머니의 착오 취소를 유효하게 보아 아버지의 청구를 기각했다.

반면 서울고등법원 2022브2128 등 결정에서는 포기한 자녀가 자신의 몫이 어머니에게 돌아갔다가 나중에 자신에게 올 것으로 기대한 사안을 달리 보았다. 원하는 분할에 필요한 다른 형제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고 상속분 양도라는 다른 방법도 있었다. 법원은 기대가 어긋난 동기의 착오이고 중대한 과실도 있다고 보아 취소의 효력을 부정했다.

민법 제109조는 중요부분의 착오와 중대한 과실을 함께 다루고, 제1024조 제2항은 총칙상 취소를 별도로 허용하면서 행사기간도 제한한다. 취소신고가 수리됐다는 사실만으로 실체적 취소 사유가 최종 확정되는 것도 아니다.

당시 가족이 나눈 연락, 함께 낸 신고와 취하 기록, 포기 뒤 예정했던 재산 귀속 방식을 모아 보자. 이미 합의한 사실을 잘못 믿은 것인지, 다른 가족의 협조를 막연히 기대한 것인지가 드러나야 한다. 두 하급심의 결론을 일률적인 취소 기준으로 삼거나 단순한 변심까지 허용된다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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