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상황이다. 한정승인 청산을 마친 뒤 통장 잔액은 없지만, 상속재산에서 다른 사람에게 잘못 넘어간 돈을 돌려받을 채권이 남았다. 그때까지 몰랐던 채권자가 뒤늦게 나타났다면 현금이 없다는 말만으로 변제할 잔여재산도 없다고 볼 수 있을까.
민법 제1039조는 공고기간 안에 신고하지 않았고 한정승인자도 알지 못한 상속채권자와 수유자가 상속재산의 잔여가 있는 경우에 한해 변제받도록 한다. 다만 상속재산에 특별담보권이 있는 때는 예외다. 이 요건에 해당하는 채권자에 대한 책임을 검토하면서 무엇이 잔여재산인지도 따져야 한다.
주석 민법 상속 제6판의 제1039조 해설은 잔여재산의 범위에 과실, 상속재산 침해로 생긴 손해배상청구권과 부당이득반환청구권, 원래 재산을 대신하는 대상물도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처음 있던 현금이나 부동산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에만 잔여재산을 인정하는 설명이 아니다.
따라서 상속재산이 잘못 빠져나간 경위와 반환받을 권리의 주체를 살펴야 한다. 모든 가족의 개인적인 채권까지 청산재산에 넣는다는 뜻은 아니다. 상속재산 침해에 따른 권리인지, 별도로 상속인 개인이 가진 대여금이나 손해배상채권인지부터 구별한다. 상대에게 돈을 달라고 주장했다는 사실만으로 반환채권이 실제로 성립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반환 약정이나 판결, 잘못 지급된 경위를 보여 주는 거래자료, 이미 회수한 금액과 남은 권리를 연결해 정리하자. 권리가 성립하는지와 실제로 회수할 수 있는지, 얼마로 평가할지는 각각 확인할 문제다. 아직 받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지우거나, 주장하는 액수 전부를 확정된 현금과 같게 처리하지 말아야 한다.
위 해설은 구체적인 평가시점이나 계산식까지 제시하지는 않는다. 상속재산에서 비롯된 반환권리가 있다는 이유로 한정승인자의 다른 고유재산까지 책임재산이 되지도 않는다. 통장 잔액만 보지 말고 남은 재산과 권리의 근거를 함께 확인해, 실제 청구한 채권자의 지위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