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파산에 들어간 집에 저당권이 있다. 은행이 담보권을 행사할 때까지 관재인은 아무 처분도 할 수 없을까. 담보권자가 별도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말과, 관재인이 그 재산을 환가할 수 없다는 말은 같지 않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497조 제1항은 관재인이 민사집행법에 따라 별제권의 목적 재산을 환가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 경우 별제권자는 이를 거절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저당권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관재인의 법정 환가 권한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조문이 정한 것은 민사집행법에 의한 환가다. 상속인이 매수인을 정해 사적으로 계약하거나, 관재인이라는 이름만으로 모든 임의매각 조건을 생략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 진행하는 처분이 어떤 절차에 따른 것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대금이 생겨도 담보채권의 금액이 아직 확정되지 않을 수 있다. 제497조 제2항은 이때 관재인이 그 대금을 따로 임치하도록 한다. 임치는 돈을 맡겨 두는 조치다. 받을 금액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다른 상속채권자에게 전부 나눠 주거나 상속인이 가져갈 수 있다는 구조가 아니다.
같은 항은 별제권이 그 대금 위에 존재한다고 정한다. 재산을 돈으로 바꾼 뒤에도 그 권리를 대금과 연결해 다룬다는 뜻이다. 따라서 집이 매각됐으니 담보권자의 권리도 사라졌다고 처리해서는 안 된다. 대금에 관한 보호와 담보로 받지 못한 부족액을 파산채권으로 행사하는 문제도 구별해야 한다.
등기사항증명서의 담보권 표시와 채권 잔액, 환가절차 자료, 대금 수령 및 임치 내역을 맞춰 보자. 특히 무엇이 미확정인지와 어느 돈을 따로 두었는지가 드러나야 한다. 이 조문만으로 개별 담보권의 말소 방식이나 실제 지급액까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권리자의 금액이 확정됐다는 자료와 실제 배분 내역도 각각 확인할 일이다.
